[아주초대석] 강대봉 성균관 유림원로회장 "각자도생 시대지만 유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15-03-23 18:49
전국원로 100여명 규합 인륜과 멀어진 도덕-윤리 개탄 "힘잃은 성균관 길잡이 되겠다" 강조

[강대봉 성균관 유림 원로회 회장이 23일 임시총회를 열고 "도덕이 뭔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 할말을 하는 어른, 유림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유림회관에 지팡이를 짚은 반백의 노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집결한 곳은 지하 1층.  성균관 유림원로회의 임시총회와 신년하례회가 열리고 있었다.  관장이 없는 우려속에 성균관 춘기석전이 봉행된 다음날이었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부산 대구 인천등에서 올라온 전국 각지의 원로 유림들 100여명은 "유림이 죽었다. 종묘사상과 도덕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목소리로 개탄했다.  또한 '원로(元老)의 문이 열려야 언로(言路)가 열린다'며 원로들의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횡령비리로 위상이 떨어진 '성균관의 병폐'도 다시 지적됐다.  평균 70세이상 원로들의 우려는 이어졌고 목소리는 높았다.  이날 총회는 '유교의 정상화'와 유교의 정통성을 재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균관 유림원로회는 지난해 12월 18일 창립됐다.

 강대봉(84) 성균관 유림원로회 의장을 만나 쌀쌀해진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모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 회장은 대뜸 "어른없는 동네는 망하는 동네"라며 "이 나라가 이렇게 된건 어른들 책임"이라고 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가 하면, 교사가 아동을 학대하고, 비행청소년이 넘쳐나는건  할말을 않는 어른과, 충효사상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맞벌이 하는 부모가 많다보니 아이들이 인성교육이 안되는 겁니다. 부모들도 문제에요. 돈만 주면 다 해결된다고 여겨요. '공부해라, 공부해라'는 말밖엔 안하죠. 가정교육도, 국가위계질서도 무너졌어요"

강 회장은  "각자도생(各自圖生)시대라지만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어 유림원로들을 규합했다"고 했다. 그는 "마치 돛을 잃은 배처럼 표류하는 성균관과 우리나라 사회발전을 위해 유림의 인의예지신을 정신을 다시 강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물질만능적 정신문화와 핵가족 시대에 원로들의 '원론적인 말'이 통할수 있을까.  

 강 회장은 "효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며 "사람은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삶을 살아야하는 건 시대의 진리"라고 했다.  또 "물은 높은데서 아래로 흐른다"며 "먹고살기 바빠 도덕성이 팽개쳐졌지만 삼강오륜을 실천하기위해서는 도덕심이 있어야하고 도덕성이 있어야 선진국으로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이 학생에게 매를 들었다고, 부모가 찾아가 선생을 패는 세상이 됐으니 자식들이 뭘보고 배우겠습니까. 내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하면서 늘 하는 소리가 있어요. '부모말을 잘들어야 한다'고. 그런데 애들한테만 해서 되는게 아닙니다. 가정교육,인성교육은 부모가 부모에게,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절로 깨닫는 겁니다. "

부부에게 당부도 이어졌다. 그는 '빙계지신'을 쓰며 "지금은 여성시대가 됐다"면서 경제권이 여자에게로 넘어가니 남편을 존중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남자가 가정의 어른 아닙니까. 하늘처럼 떠받들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남편을 존중해야 아버지를 존중하는것이지요. 부인이 남편에 잘해야 자식들이 보고 배웁니다. 어머니의 교육이 세상 어떤 교육보다 중요한겁니다."

 강 회장은 인륜과 멀어진 '도덕과 윤리' 회복을 위해 성균관 유도회 총본부에서 50여년간 인성교육을 연중무휴로 진행, 600여명의 공인예절사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우도회는 유교사상과 전통문화 계승·발전의 산실로, '청소년 인성교육'을 비롯한 각종 사회봉사 활동, 예절상담을 통한 생활의례 보급, 전통문화 계승을 위한 출판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잘하고 있지만 학교문제와 농촌문제, 유림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 아쉽다"며 "유림이 살아야 가정이 살고, 나라가 산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자애롭고 부부사이는 존중이 있어야 하는게 올바른 관계아닙니까". 

그게 '사람의 도리' 라는 강회장은 "인성교육의 핵심은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로 이는 곧 '유교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힘 잃은 성균관의 위상확보가 우선"이라며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으로 문제를 돌렸다. 600년 전통을 이어온 성균관은 2013년 명예가 실추됐다. 우리 사회 원로 대접을 받아온 유교 최고 지도자인 최근덕 성균관장이 국고보조금 및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최 전관장은 국고보조금 가운데 일부를 자신의 아파트를 사는등 수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유교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혁신을 시도한 서정기 성균관장이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쓰러지면서 성균관은 다시 좌초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유교의 위기를 보면서 원로 유림들은 한숨만 쉬고 있었어요. 그러나 한숨만 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유교가 안정을 되찾을수도 없다는 뜻이 모아진 것이지요."

 그는 "정치판에 갔다오니 성균관이 개판이 됐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재단에 빚이 39억이나 있다면서 앞으로 해결할 일이 많다고 했다. 강 회장은 "그동안 유교가 이렇게 심각할 정도로 혼란과 분열을 겪은 일이 없었기에 원로 유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며 "유교에 다가온 위기를 극복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 유림 원로회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성균관장으로 출마하려는 포석은 아닐까.  강 회장은 "나는 그런거 안한다. 나는 성균관 창설의 산 증인이다. 이미 유도회장, 전국 유림총연합회장, 성균관 관장대행도 했다"면서 "감투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강 회장은 "유림 원로는 어떠한 이해득실에 관여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성균관과 유교의 위상확보를 위해 사적인 마음을 버리고 공적인 자세로 유교의 근본적 목적을 향해 순항할수 있는 지혜와 힘을 모아주고자 한다"며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원로로서 안 나설수가 없었어요.  앞으로 유림원로회가 앞장서서 성균관, 유도회 재단 3기관이 화합하고 소통하고 갈수 있게 다리가 되겠습니다. 미약하나마 길잡이가 되겠다는 원로들의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한편, 2015년도 (재)성균관 예산안은 국고보조금 55억, 자부담금(헌성금) 55억을 포함한 총 156여억원 규모다.



■강대봉 회장은 누구인가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로 성균관 대학교 유학대학원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사단법인 동방사상문화학회 이사장을 거쳐 성균관유도회총본부 감찰위원장,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부회장, 수석부회장, 회장 직무대행, (사)전국유림총연합회 총재등을 역임했다.  성균관과 함께 유림회 총본부 명의로 가족법수호궐기대회를 열었고, '동성동본금혼법 수호 범국민협의회'를 결성하여 활동했고, 성만 아버지 성을 쓰도록 하는 법안 수정안을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진주강씨중앙종회 상임고문, 나라바로지키기 범민단 상임총재, 2012년 대한국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강 회장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이지만 17만원밖에 못받는다. 복지가 엉망"이라면서 "지자체를 없애고, 국회의원을 15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