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호주가 무서워졌다. 쉽게 이길 팀들이 아니다”
2015-03-19 17:01
보렐로와 크루트는 1995년 생이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수원이 창단했던 해에 태어난 선수들이다. 브리즈번은 보렐로와 크루트의 활약을 앞세워 수원을 시종일관 괴롭혔다. 보렐로는 오른쪽 날개로 나와 홍철(25)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홍철은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선수를 상대로 고전했다. 올 시즌 브리즈번의 오른쪽 날개 주전을 꿰찬 보렐로는 12분 직접 골을 넣었고 22분에는 크루트의 골을 도우기까지 했다.
크루트는 드라마 같은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세미 프로팀인 파라마타FC에 몸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2년 나이키 '더 찬스'를 통해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더 찬스'는 나이키가 전세계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아마추어였던 크루트는 호주에서 최후의 3인에 꼽혀 바르셀로나까지 다녀왔다.
꾸준히 기량을 쌓은 그는 지난 2013년 브리즈번과 프로계약에 성공했다. 오디션을 통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 크루트는 2014-2015시즌 호주 폭스 내셔널 유스리그에서 15경기에 나와 11골을 넣으며 프란스 티센(63·네덜란드)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 시즌 1경기 출전에 그친 그는 올 시즌 처음 선발로 나온 두 번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티센 감독은 크루트 이야기가 나오자 'Happy(행복하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크루트의 경기를 보며 행복했다.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할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있게 됐다"고 칭찬했다. 서정원 감독도 "어린 선수가 아크 정면에서 그런 멋진 슛을 때리니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지난 1월에 끝난 2015 AFC 아시안컵 우승국이다. 그동안 호주에서는 럭비와 크리켓의 인기가 높았다. 축구는 그 뒷전이었다. 그러나 브리즈번 관계자는 "최근 호주에서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아시안컵 우승 이후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분위기를 귀띔했다.
실제로 골드코스트 공터에서는 공을 차는 호주 어린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크루트도 이런 아마추어에서 실력을 쌓았던 선수다. 서정원 감독은 "호주 팀을 상대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며 "득점을 한 선수들이 모두 어린데 호주 축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