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박람회서 ‘도망가는 검둥이 과녁’ 판매 논란

2015-03-19 17:08
맨발‧곱슬머리 등 우스꽝스럽게 표현…인종차별 논란에 판매자 추방

18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다코타 중 수폴스에서 열린 총기박람회에 팔린 '도망가는 검둥이' 과녁[사진=PoliticusUSA 기사화면 캡쳐]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국의 총기 박람회(Gun Show)에서 흑인을 조롱하는 사격 연습용 표적이 판매돼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BC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동안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에서 열린 총기 박람회에 달리는 흑인의 실루엣을 과녁으로 만든 사격 연습용 표적지가 10센트에 판매됐다.

해당 상품은 곱슬머리와 두꺼운 입술, 배꼽과 맨발을 드러내는 등 흑인을 조롱하는 듯 한 이미지로 제작됐으며, 상품 상단에 “도망가는 검둥이 공식 과녁”(Official Running Nigger Target)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도망가는 검둥이’라는 표현은 1851년 처음 문서화된 미국 흑인 민요(Run Nigger Run) 가사에 쓰인 문구로 노예 순찰차에 잡히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달리는 흑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검둥이로 해석할 수 있는 니거(nigger)는 흑인을 낮춰 부르는 말로, 미국에서 흑인들끼리가 아니라면 절대 입에 올리지 않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탄환 등의 상품과 함께 이 표적지를 판매한 두 명의 상인은 “장당 10센트에 팔아 500달러 (약 56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총 5000 장을 판매한 셈이다.

이들은 ‘왜 그런 (인종주의적) 상품을 팔았냐’는 지역 신문 기자의 질문에 “왜 팔면 안 되나. 이건 단지 표적지일 뿐인데”라고 답했다. 이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당신이 흑인인가?”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들은 박람회에서 추방됐다.

수폴스 총기 박람회 주최 측은 “문제의 사격 표적지를 사전 승인한 일이 없다”면서 “혐오 상품을 임의로 가져다 놓고 판매한 해당 업체가 다시는 다른 어떤 지역 총기 박람회에도 참여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미국 내 인종차별적 행위는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 지난 1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경찰이 흑인들의 얼굴 사진을 사격 훈련용 표적지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지난 2013년엔 마네킹 등을 주로 생산하는 유명 제조업체 ‘좀비’(Zombie) 회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표적 흑인 인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을 사격 표적지로 제작,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