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갈라인터내셔날 김준석 대표, 제옥스·컨버스 새롭게 키운다

2015-03-19 14:58

[사진제공=갈라인터내셔날]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좋은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이 있듯 신발은 단순히 걸을 때 발에 신는 물건만은 아닙니다. 면접을 앞둔 친구나 처음 출근하는 자녀에게 선물을 해주기도 하고, 누군가는 '우리 아기'라는 애칭과 함께 자신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각자의 신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갈라인터내셔날 김준석 대표(49)가 생각하는 신발이다. 이 회사는 현재 이탈리아 신발브랜드 제옥스와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갈라인터내셔날이 올 한해 가장 주력할 브랜드는 제옥스다. 컴포트 슈즈의 대표 주자다. '숨 쉬는 신발'이라 불리며 각종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통기성과 방수기능 등 발을 보다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주로 40대 이상 여성을 위한 신발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애용한다.

김준석 대표는 "한국에서는 제옥스가 컴포트 슈즈에만 국한돼 왔다"며 "앞으로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을 주타겟층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한 시즌에 새롭게 선보이는 디자인 종류가 2000개가 넘어요.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코오롱FnC가 판매해 왔지만, 그때는 10% 정도인 250~300여 종류의 디자인만 선보였습니다. 타깃도 40대 여성으로 한정되어 있었죠.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한 제옥스의 이미지는 전혀 제옥스가 아니었어요. 세련된 디자인이 생각보다 많아서 매장을 방문하면 깜짝 놀랄 겁니다."

지난해 제옥스를 인수한 갈라인터내셔날은 매장 수를 대폭 줄였다. '브랜드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발표한 회사가 '이상한 행보'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본을 다지겠다'고 판단했기에 매장 수를 줄인 것이다.

그는 "제옥스를 인수할 때보다 매장을 반 정도 줄여 현재는 백화점에만 23개 매장이 있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을 굳이 많이 갖고 있으면 지속경영이 힘들다"고 전했다.

제옥스와 함께 갈라인터내셔날이 새롭게 시작하는 브랜드가 또 있다. 바로 컨버스다. 컨버스가 잠시 주춤하는 동안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이 많이 출시됐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컨버스의 매력을 잊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컨버스의 매력을 '기본 스타일'로 꼽았다.

"컨버스는 제품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나요? 107년을 이어온 기본 스타일 그대로잖아요. 역사적 모습이자 변하지 않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죠."

실제로 컨버스는 '여백의 미'를 자랑한다. 검은색, 흰색, 회색 등 단색으로 채워진 기본형으로 신을 수도 있지만, 개개인이 나름의 멋을 집어 넣어 개성을 담을 수도 있다. 인디음악을 즐기는 젊은 아티스트 사이에서 컨버스가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컨버스는 그들이 가진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인 것이다.

김 대표는 "명동과 대전 직영점만큼은 다양한 디자인의 신발을 두고 있다"며 "단색의 일반적인 컨버스가 아니라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디자인을 다양하게 배치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신발을 판매하는 회사 대표가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만나는 사람이 많아져 헤리티지 구두를 신지만, 평소에는 제옥스나 컨버스를 주로 신는다"며 "날씨만 좋으면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짝반짝하게 닦인 구두 바로 옆에는 출퇴근 시 편안하게 신는 운동화와 실내용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외유내강 형' 스타일이 신발에도 고스란히 묻어난 듯 했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 가장 먼저 하는 게 신발 신는 일이잖아요. 신발에는 새로운 일, 새 출발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패션과 디자인을 떠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니까요."

 
[사진제공=갈라인터내셔날]
 

갈라인터내셔날을 이야기하면서 프리스비를 빼놓을 수 없다. 프리스비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취급하는 프리미엄 애플 전문 매장이다. 국내 애플 판매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2009년 서울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강남, 홍대, 건대 등 20~30대 유동인구 밀집 지역에 주로 진출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금강제화의 자회사인 갈라인터내셔날이 프리스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준석 대표는 "IT 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 프리스비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갈라인터내셔날은 프리스비와 함께 시작한 회사"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를 젊은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패션아이템으로 여겼다. 애플 제품을 단순한 '기계'로 본다면 신발 사업자가 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새롭게 떠오를 '패션 아이템'으로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앞으로 유통업을 오래,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애플을 통해 배울 것이 많다"며 "브랜드도 최고지만 리테일도 정말 잘한다. 선진 매니지먼트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을 통해 배운 걸 제옥스와 컨버스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리테일을 과학적으로 합니다. 단순히 많은 손님이 와서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람들이 들어오게 만들고, 만져보게 하는지 매우 구체적입니다. 상담을 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강제적이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과정이 운영 시스템에 녹아있습니다."

올해는 갈라인터내셔널이 기존 사업자에게 인수받은 브랜드를 처음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해다. 성장보다는 변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제옥스와 컨버스를 찾는 사람에게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소통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공급자 시각에서 말하기보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며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보여줘서 그 에너지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