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여야 공감, 공무원연금 개혁 ‘첩첩산중’…재정추계·소득재분배 쟁점
2015-03-19 00:19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3자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뜻에 공감했지만, 향후 연금 개혁 논의에 얼마나 속도가 붙을 지는 의문이다.
연금개혁 당사자인 공무원 단체들이 재정 추계 추정 방식에 문제가 있어 정부 보전금이 과다 계상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최종 합의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재정 추계는 앞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논의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소득재분배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금 개혁의 험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재정추계검증분과위원회(재정추계분과위)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단계로 공무원연금공단이 마련한 재정 추계 모형을 놓고 검증에 나섰다.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의 재정추계 모형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정부보전금은 올해 3조289억원에서 2023년 8조8856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무원단체는 추계방식에 사용된 원(源) 데이터 등의 설명 자료가 부족하고, 연금수급자를 과대 추계한 면이 있다면서 정부안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날 재정추계분과위 회의에서도 정부와 공무원단체는 재정 추계 자료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류영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정부 측에) 재정 추계 자료가 오류가 있어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왜 내지 않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400페이지 이상의 기초데이터를 충실히 제공했는데 추가로 어떤 자료가 부족한지 모르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공노총과 야당 측 참고인도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맞섰다.
언성이 높아지자 이병훈 재정추계 분과위원이 중재에 나섰다. 그는 “재정 추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회의를 통해 절차적으로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떤 식으로 추계 방법과 모형을 완성에 이르도록 할 지 논의하자”고 조율에 나섰다.
결국 재정추계 분과위는 이날 회의에서 각 재정 추계 모형과 관련한 추산 방식 등 핵심 쟁점만 논의하고, 오는 23일에 최종 결론을 짓기로 했다. 다음 회의 전까지 각 논의 주체가 최종 재정추계안을 마련해오면 이를 세부조정 해 합의된 모형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정부·공무원단체·여야가 재정추계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더라도, 구체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 방식과 소득재분배 방식을 둘러싼 쟁점이 개혁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특히 공무원연금의 소득재분배에 대한 당정과 공무원 단체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점이 문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소득재분배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의 개념으로 소득이 적으면 덜 내고 더 받게, 소득이 많은 계층은 그 반대로 만들어 수급자 간 연금 격차를 줄이는 방식이다. 당정은 공무원 직급간 ‘부의 편중 심화’를 우려하며 강력한 소득재분배 방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당정이 제시한 소득재분배 안은 ‘A값(최근 3년간 전체 공무원 평균보수)의 ½과 B값(본인 재직기간 평균보수)의 ½’에 재직연수와 지급률을 곱하는 방식이다. 결국 ‘B값’만으로 재직연수와 지급률을 곱해 연금액을 산출하는 현행 방식보다 하위직은 연금을 더 받고, 고위직은 연금을 덜 받게 된다.
반면 공무원단체 측은 “공무원연금은 소득비례연금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며 소득재분배를 논의 테이블로 올리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즉, 연금개혁에 있어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 인상’이나 ‘연금 지급률 하향 조정’은 일정부분 수용할 수 있지만, 구조개혁의 주요 사안인 ‘소득재분배’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소득재분배 방식이 가미된 ‘모수개혁 같은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여·야·정·노간 접점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전날 연금개혁분과 비공개회의에서 “구조개혁이면서도 모수개혁 같은 수정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재분배 논의와 더불어 연금 적자를 줄이기 위한 ‘기여율’도 쟁점사안이다. 공무원노조는 현행 7%인 기여율은 9%까지는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새누리당 방안은 재직자 기준 10% 상향이다.
또한 연금 수급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에 대한 접점을 찾을 지도 지켜볼 문제다. 새누리당이 현행 1.9%를 신규자 기준 1.0%로 국민연금에 맞추자고 제시한 가운데 공무원노조도 내부적으로 소폭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대타협기구 재정추계분과위가 오는 23일 회의에서 최종합의 된 재정추계 모델을 제시할 경우, 연금개혁분과위는 별도 실무위를 구성해 향후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