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알렉스 퍼거슨과 중기중앙회장

2015-03-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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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알렉스 퍼거슨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전 감독이다. 1986년 부임 이후 26년간 총 40번이 넘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83년과 1995년 각각 대영 제국 훈장 4등급(OBE)과 3등급(CBE)을 수훈한 데 이어 1999년에는 기사작위(Knight Bachelor)를 서임받으며 그의 이름 앞에는 '경'(Sir)'라는 존칭이 붙는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를 최고의 축구 감독으로 꼽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와 함께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승승장구했다. 성적은 물론 팀 자체가 보유한 유명세와 영향력은 26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문제는 알렉스 퍼거슨이 은퇴를 선언한 2013년 이후였다. 그가 후계자로 지목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자신만의 축구 철학이나 전술을 제대로 펼쳐보기도 전에 시즌 도중 경질됐다. 새롭게 팀을 맡은 현 루이스 반 할 감독 역시 오락가락하는 성적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너무도 뛰어난 전임자의 뒤를 잇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 농구황제로 불렸던 마이클 조던의 은퇴 후 숱한 선수들이 '포스트 조던'으로 불리며 그의 뒤를 좇았지만 덧없이 명멸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박성택 회장이 제25대 중소기업중앙회장에 선출됐다. 전직 회장과 현직 부회장 등 소위 인사이더로 구성된 후보들을 제쳐 낸 그를 두고 언론에서는 '언더독의 반란'이라고 불렀다. 지난 8년 간 중기중앙회의 세 확장과 위상 확대를 이끌어 낸 김기문 전임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박 회장은 영민했다. 의전에서부터 보고체계까지 기존의 체제를 답습하지 않고, 야당 대표 앞에서는 중소기업계의 수장으로서 의견을 개진하는데도 주저치 않았다.

누구든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 있는 믿음이다. 퍼거슨이 떠난 후 새로운 색깔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