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힌드라, 쌍용차 인수 후 신차 개발 줄줄이 취소…‘상하이차’ 악몽 재현되나

2015-03-10 09:00

마힌드라의 중형 SUV인 'XUV500'.[사진=마힌드라 제공]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지난 2010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가 제대로된 자금지원을 하지 않아 '제 2의 상하이'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신차 개발계획을 취소하거나 대폭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지난 2010년 쌍용차 인수 후 중장기 발전전략을 쌍용차와 함께 마련했다. 2011년 작성된 이 자료에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 쌍용차의 현주소와 과제, 중장기 신차 계획 등이 담겨 있다.

계획에 따르면 쌍용차는 2016년 3개의 새로운 플랫폼과 4개의 신차종 개발을 통해 전세계 판매 31만대, 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서 3개의 플랫폼은 X100·B100, W300, D200을 의미한다. X100은 최근 ‘티볼리’로 출시됐다. B100은 마힌드라가 생산할 소형 MPV로, X100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W300은 체어맨 후속이고, D200은 카이런 후속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이들 차종은 지금계획이 변경되거나 취소된 상태다. 쌍용차 이유일 사장은 지난 2012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3년내 벤츠의 도움없이 체어맨 후속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2년 파리 모터쇼에서는 “체어맨 디젤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달 초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갑자기 “체어맨 W 후속 승용차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럭셔리 SUV를 개발하기로 마힌드라와 합의했다”며 말을 바꿨다. 이런 계획 변경으로 마힌드라는 2016년까지 집행될 예정이던 5040억원의 투자비를 절감했다.

이에 대해 전직 쌍용차 직원은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투자할 의지가 없고, 쌍용차가 독자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되는 신차 프로젝트도 오직 마힌드라의 자동차 라인업과 관계가 있는 것뿐”이라고 폭로했다.

이는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Dr. Pawan Goenka) 사장이 지난 2013년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에도 드러나 있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에 800억원 유상증자한 것 외에 더 지원할 생각이 없으며, 쌍용차는 개발비를 자체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유일 사장은 지난 1월 티볼리 신차발표회에서 “3년간 투자될 1조원의 신차 개발비는 자체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마힌드라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내용을 재확인한 바 있다.

당초 쌍용차의 SUV 중장기 플랜은 Y400(렉스턴 후속)-D200(카이런 후속)-C300(코란도 C 후속)-X100(티볼리)로 구성됐다. 그러나 마힌드라는 이미 D200급에 ‘XUV500’이라는 SUV를 보유해 신차가 절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XUV500을 한국시장에 투입하거나 쌍용차가 이를 바탕으로 한 신차를 만들 수도 없다. 인도시장 특성에 맞춘 차여서 한국에서는 성공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D200은 현대차 싼타페급이고, Y400은 베라크루즈급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서로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는 차지만, D200이 취소됨에 따라 쌍용차는 Y400이 출시될 2016년말까지 현재의 SUV 라인업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종합하면 쌍용차는 당초 계획한 신차 가운데 마힌드라의 신차 개발과 밀접한 X100만 개발을 완료했고, 나머지 차종 개발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카이런 후속 차종(D200)의 개발이 전면 취소된 것은 마힌드라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힌드라는 과거 포드와 르노 등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지만, 이 관계는 3~4년 만에 청산됐다. 마힌드라가 포드와 르노의 인도시장 진출 지원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차 기술습득에만 열을 올린 까닭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800억원의 유상증자만 실시한 이후,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은 과거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보여준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3년 민주통합당 김경협 의원은 “마힌드라가 노후된 설비보완은 도외시한 채 엔진과 변속기 개발 계획만 승인한 것은 ‘제 2의 먹튀 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주장한 바 있다.

마힌드라는 지난해 9월 파산한 스웨덴 사브를 인수한 후 정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전문가는 “마힌드라는 한번 망한 기업을 인수해 기술을 빼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기업”이라며 “쌍용차가 또다시 상하이차 시절의 악몽을 겪을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