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헌법소원] ② 법률전문가 5인 “언론인 포함 과잉입법…후속대책 필요”

2015-03-06 00:47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인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과잉금지원칙 위배냐,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냐.”

위헌 논란에 시달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5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최종 운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주경제가 이날 △노명선 성균관대 법대 교수 △박찬종(전 국회의원) 변호사 △박애란(공익법조모임 나우) 변호사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장진영(법무법인 강호) 변호사 등 5인의 법률전문가를 인터뷰한 결과, 4인이 언론인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범위에 대해 위헌성을 제기했다. 법률적인 문제가 없다고 본 전문가는 1명에 그쳤다.

김영란법이 헌소 대상에 해당하느냐를 둘러싼 논쟁도 일었다. 노명선·이상돈 교수는 이는 김영란법에 의해 처벌받은 구체적인 개별사건이 없는 ‘추상적 규범통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소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헌소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위헌으로 본 법률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해서 법 전체가 위헌은 아니라는 헌재의 일관된 해석 때문이다. 

논란이 된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국고지원 등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입법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특히 법률전문가들은 △부정청탁 개념의 모호성 △금품수수에 대한 명확성 및 구체성 결여 등으로 사법권의 재량이 커져 향후 사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이 조속히 시행령 제정 등 하위법령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김영란법, 적용범위 지나치게 넓어”

박찬종 변호사는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와 관련해 “애초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은 공직자, 즉 국회의원과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의 부정청탁 방지에 있었는데, 심의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으로 확대됐다”며 “처벌법의 경우 잠재적 대상이 많으면 실효성이 없고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신업 대한변협 공보이사(왼쪽)와 채명성 법제이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내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적용대상으로 한 것은 사적자치에 대한 과잉”이라며 “국가가 부당하게 개입할 수는 없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언론인은 과잉입법, 사립학교 교원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입법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KBS나 MBC 소속 언론인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인을 공무원과 같은 처벌을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한 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이미 공무원 조항을 적용받고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김영란법을 위반한 언론인과 공무원을 달리 처벌한다든지, 법 적용을 다르게 해야 한다”며 시행령 제정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박애란 변호사는 “언론을 통한 정보밖에 없지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입법 취지가 정당한 만큼 위헌성은 없다”고 말했다.

◆헌재 대상 여부 놓고 의견 분분

부정청탁 모호성과 관련해선 박 변호사와 이 교수 등이 “판례를 통해 확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사건의 경우 판례가 만들어진 이후 입법권 등을 가진 정치권의 운용에 달렸다는 얘기다.
 

위헌 논란에 시달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5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최종 운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특히 박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남용될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정치권이 송곳 같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김영란법’의 헌소 대상 여부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김영란법의 개별 사건이 없는 상황이 아니냐.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 검찰이 기소하면,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헌소를 청구해야지”라며 “잠재적인 처벌 대상자가 헌소 청구를 할 수 있느냐. 헌소 대상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교수도 “원칙적으로 개별적·구체적이 아닌 추상적 규범통제는 헌소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해석으로 보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에 의해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가 임박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란법의 경우 1년6개월 후 시행되기 때문에 공권력 침해의 긴급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덧붙였다.

장진영·박애란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헌소 대상”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하는 것은 법령 헌법소원으로, 법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 헌소를 청구할 수 있다”며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헌 판결은 안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더라고 헌소를 청구할 수 있다”며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인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청사를 드나들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