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보선 앞두고 국정원 ‘盧 정치공작’ 뇌관 급부상
2015-03-02 17:38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여야가 4월 보궐선거 체제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2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정치공작 의혹이 정국 뇌관으로 부상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촉발시킨 이른바 ‘논두렁 시계’ 논란이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이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정원의 노무현 시계조작설’에 대한 국조를 촉구,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 정치공작 의혹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돌출 변수’로 등장한 4월 보선의 중대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 전 부장의 언론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이 전 부장은 지난달 말 인터뷰에서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영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는 국정원 주도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정치공작 의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만큼 사안에 따라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500만명의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고, 한때 ‘폐족’으로 불린 친노(親盧·친노무현)그룹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대해 당론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국정원 정치공작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나 청문회 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필요하면 청문회나 국정조사까지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말 아끼기’에 나서면서도 야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野, 청문회 ‘만지작’…與 초·재선 “국조 촉구”
하지만 돌출 변수가 발발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가 이날 ‘국정원의 정치공작’과 관련해 국조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아침소리’ 회의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정치 공작 의혹은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이 전 부장의 주장대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있었다면, 하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정당의 국가 가치 중요성을 언급하며 “전직 대통령이 근거 없이 모욕당했다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정당이 국가 품격 훼손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하 의원은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국정조사를 해서 좌우 진영논리를 완전히 혁파해야 한다”고 말한 뒤 이병호 신인 국정원장을 향해 “(인사청문회 이후) 국정원장이 되면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당 지도부와 친박(親朴·친박근혜)계 내부에선 국정원 정치공작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 추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요구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시계 하나에 1억원씩이나 되는 걸 두 개씩이나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받았다고 하는 게 훨씬 큰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상임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추궁한 뒤 사안에 따라 국조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후 ‘노무현 프레임’이 정국을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