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능을 요리하는 남자, 최현석 셰프

2015-02-25 10:26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요즘 예능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비(非)방송인의 활약이 대단하다. 유치원도 안 간 아이들이 시청자의 마음을 홀리는가 하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의 입담도 눈길을 끈다. 각종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더니 이제는 주방에서 지금 막 나온 듯 앞치마를 두른 셰프가 한껏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연예인 못지 않은 외모와 입담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셰프 가운데서도 최현석(42)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필드'에서는 무서운 셰프의 모습이라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 '올리브쇼 2015'에서는 허세남으로 변신한다. 허세 가득한 소금치기와 앞치마 털기로 '허셰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실력이 없었다면 네티즌의 희생양이 됐겠지만 탄탄한 실력과 화려한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신사동 엘본 더 테이블 본점에서 만난 최현석은 TV 속 모습을 그대로 옮겨놨다. 190cm의 큰 키와 딱 벌어진 어깨로 레스토랑을 이끄는 듬직한 셰프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밉지 않은 허풍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자기가 가진 걸 부풀려서 과시하는 건 재수 없다. 난 있는 그대로의 실력을 보여준 것일 뿐"이라는 말과 함께 수줍어하는 모습에서는 귀여운 매력까지 엿보였다.
 

[사진=유대길 기자]


"TV에서 자주 보이니까 요리보다 방송에 집중하는 것 같지만, 실제 녹화는 격주로 월, 수요일에 진행돼요. 외부 일정이나 인터뷰, 화보는 레스토랑 브레이크 타임에 다녀오고요. 최대한 본업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매장에 덜 내려왔는데, 요즘은 오히려 더 매장을 지키려고 해요."

방송을 하다 보면 주업인 요리를 등한시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요리에 대한 열정은 커갔다. "방송을 하면 할수록 셰프에 대한 색이 짙어진다", "나는 방송인이 아닌 셰프"라고 강조할 정도니 말이다.

"요즘 더욱 요리사가 잘 맞다고 느껴요, 요리에 대한 에너지를 투자할수록 애정은 더 커지고 있으니까요. 방송과 병행하다 보면 육체적으로는 분명 힘들지만 그럴수록 더 요리가 즐겁습니다. 중요한 손님 방문과 촬영 시간이 겹치면 무조건 요리가 먼저니까요."
 

[사진=유대길 기자]


꾸준히 방송에 출연한 최현석 셰프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 프로그램을 묻자 쉽게 고르지 못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식대첩 시즌2'가 20년 이상 요리한 도전자와 호흡을 하며 한식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면, '올리브쇼'는 후배셰프와 함께 웃고 즐기는 시간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방송인 정형돈, 만화가 김풍, 정창욱 셰프에게 '밟히는' 역할이지만 그런 캐릭터마저 재미있다는 눈치다.

"프로그램마다 제 자리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차별화를 두진 않지만 당시의 상황, 출연진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한식대첩'에 나오신 분들의 내공은 정말 어마어마하죠. 그 사람들보다 한식을 더 잘할 자신도 없고요. 제가 지금 필드에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나 잘못을 짚어내지만, 가르치려는 느낌은 아니에요. '평생을 요리하며 살아온 사람이 이렇게 멋있구나' 느끼면서 다시 한 번 요리하길 잘한 것 같았어요."

'한식대첩'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낸 최현석은 말을 이어갔다. "'올리브쇼'에서 선배의 역할을 한다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정창욱 셰프가 방송에 낯설어하기에 저를 공격하라고 했더니 제대로 밟던데요? 하하. 저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분위기에서 방송에 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다 재미있어요".
 

[사진=유대길 기자]


요리프로그램이 과거 비싼 식재료와 화려한 요리과정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지금은 시청자도 쉽게 요리하고 식자재를 다루는 모습을 설명한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올리브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나 tvN '삼시세끼'가 큰 사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일 터. 최현석은 앞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요리프로그램이 인기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1년 방송된 FOOD TV '셰프 최현석의 크레이지 타임'과 현재의 프로그램을 비교하며 "따라 하지 못 해도 그냥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아니면 그냥 보는 것 자체가 즐거운 프로그램 있잖아요. 콘텐츠 자체가 다양하게 뻗어 나갈 수 있는 거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요리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이 요리사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 "요리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직업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도 드러냈다.

"음식은 사람의 가장 근본적 욕구 중 하나에요. 어쩔 수 없잖아요, 안 먹으면 미치는데. 그런 걸 판타스틱하게 해결해주는 사람이 셰프인데 멋있지 않을 수가 있나요?"라고 묻는 그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