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화 “별 볼 일 없는 우리지만 여러분 마음에 별이 되고 싶어요”
2015-02-25 11:13
12번째 정규앨범 ‘We’로 1년 9개월 만에 컴백한 신화에게 지난 2003년부터 따라다닌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운운하는 것은 구태의연하다. 그럼에도 언급하는 이유는 그들의 말처럼 “우리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는 것들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도 하고, 여섯 멤버 모두가 10년째 쓰고 있는 왕관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의 마음으로 혹독하게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담감이 컸어요. 재작년 발매한 ‘This Love’가 그간 최고 성적으로 꼽혔던 ‘Yo’(1999년)로 받았던 트로피를 개수를 갱신했거든요. ‘아, 이젠 마음 편하게 즐기며 해 보자’ 했던 건데 음반이 너무 잘 돼서 전보다 못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This Love’가 국내에서는 시도된 적 없는 스타일이라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변수가 없는, 트렌디한 곡이라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에릭)
“현역이랑 맞장 뜨겠다는, 어린 후배에게 뒤처지기 싫다는 생각, 없지 않아요. 하지만 본보기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훨씬 크죠. 후배들이 보고 배울 게 무대와 음악 아니겠어요? 가장 많이 신경 쓰고 가장 많이 준비했습니다.”(민우)
“다양한 보컬 창법과 퍼포먼스에 힘을 줬어요. ‘신화’ 하면 ‘wild eyes’(2001)의 의자 안무나 ‘perfect man’(2002)의 스탠딩 마이크 안무를 많이들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그것의 연장입니다. ‘이제 그런 춤은 안 하겠지’ 생각하시는데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표적’이라는 제목답게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포커스를 맞춰 다양한 구성으로 퍼포먼스를 짰습니다. 노래 자체가 ‘Brand New’(2004)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안무까지 고려한다면 대규모 군무로 무대를 꽉 찼던 ‘Brand New’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표적’이 우리에게 처음으로 대상을 안겼던 ‘Brand New’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만큼 결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민우)
“앨범을 낼 때마다 ‘시대에 흐름에 맞게 할 것인가, 우리의 것을 할 것인가’ 고민해요. 저는 주로 트렌드를 쫓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죠. ‘신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놓칠 수 없을 뿐더러 우리만의 음악이 트렌드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근데 막상 트렌디한 음악을 해 보니까 신화의 색깔과 트렌드가 결합해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나오더라고요. 만족합니다.”(에릭)
총 10곡의 음악이 수록된 ‘We’에는 브리트니 스티어스, 리오나 우리스와 작업한 영국 작곡가 앤드류 잭슨을 선두로 런던 노이주, 김도현, 아이코닉 사운즈 등 국내외 굵직한 작곡가가 대거 참여했다. 그럼에도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한국 가요계에 ‘M style’이라 불리는 장르를 구축한 이민우의 자작곡이 없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 있던 시절에는 무조건 자작곡을 실었죠. 내 곡이 들어갔다는, 해냈다는 성취감에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음반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후부터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 곡이 없더라도 음반의 완성도에 뿌듯함을 느끼죠. 자작곡 작업을 하면서 프로듀싱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실 이번 앨범을 위해 6곡 정도를 가이드라인을 잡고 믹싱까지 끝냈는데 ‘곡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프로듀싱에 온 신경을 쏟을 수 있을까’ 걱정이 돼 중단했어요. 정신이 분산되면 음반 전체의 흐름이 깨질 것 같았거든요.”(민우)
“민우에게 고맙고 미안한 부분이죠. 프로듀싱은 곡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고되면서도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업이니까요. 특히 외국곡을 받는 경우 민우가 대부분 작사를 하는데, 그것 역시 수익이 거의 없는 작업이에요. 민우가 사명감으로 해 주고 있죠. 사실 창작이라는 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것을 창조하는 것인 데다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불투명한 일에 민우를 뺏길 수는 없었어요.”(에릭)
동완은 앞서 공개된 방송 인터뷰에서 “‘표적’으로 지상파 3사 1위를 하고 싶다”고 했다. 소박하다고 생각했다. 1위의 기쁨에는 내성이 생겼을 것이라고 짐작할 만큼 그들에게 음악방송 1위는 활동을 할 때마다 주어지는 것이었다. 직전 음반 타이틀곡 ‘This Love’에서도 8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그들이 아니던가. 동완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런 시절도 있었죠. ‘우리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 ‘우리 이번에도 사랑받겠지’하는 기대가 크던 시절이요. 1위가 계속 따라오고 심지어는 컴백 무대에서 1위를 한 적도 있으니까요. H.O.T가 그랬잖아요, ‘늘 함께 있어 소중한 걸 몰랐던 거죠’라고요(동완이 부르는 H.O.T의 ‘빛’을 한참 동안 들었다. 1절 끝까지 불렀다). 그런데 군 복무로 4년간 활동을 쉬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누렸던 것이 팬들의 노고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구체적 목표를 세워야 더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지상파 3사 1위’라는 목표를 세운 거예요.”
“여섯 멤버 모두 설렁설렁 어중간하게 하는 법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엔 많이 싸우기도 했죠. 이제는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내공이 생겼어요. 멤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기본입니다. 분담과 책임감을 겸비해야죠.”(에릭)
“우리를 롤 모델로 삼는 후배가 많은 만큼 정답은 못 되더라도 가이드라인은 되고 싶어요. 쉽지 않은 일이죠.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라 이 일은 이 멤버가 희생하고 저 일은 저 멤버가 책임지는, 우리의 내면을 봐야해요. 우리처럼 되지 않았다고 마음 아파하는 후배도 많더라고요. 좌절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되게 별로예요. 별 볼 일 없는 서로를 인정하고 보완해 주는 것이죠. 그래야만 별 볼 일 없는 우리가 여러분 마음속의 별이 되지 않겠어요?”(동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