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어둠 속 정유업계와 석유협회의 역할

2015-02-23 14:27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올해부터 탄소배출권제가 실시됐다.

예상대로 전 제조업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배출권 실시에 비수를 꽂는 성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강 및 석유화학 등 각 제조 업종을 대변하는 협회들도 너나할 것 없이 탄소배출권 실시에 반발하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반면 정유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는 한 발 떨어져 숨죽이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제도 시행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을 뿐 협회 차원에서 제 목소리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업종의 특성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기름 값이 오르고 내림에 서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정부가 정유사를 옥죄고, 기름 값을 정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정유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A 정유사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숨죽이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전했다.

정유사들은 개별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협회가 나서서 정유사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회장 자리는 과거부터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꿰찼다. 지금의 정용원 회장은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과거 13,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유 업계는 현재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유사들은 줄줄이 작년 적자 실적을 기록했다. 유가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어둠의 터널 끝은 보이지 않는다.

B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회사에 근무하면서 요즘같이 힘든 적은 처음"이라면서 "비품 하나 쓰는 것 까지 회사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때 정유사들의 어려움을 대변할 수 있는 협회의 제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