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APL로지스틱스 인수무산…왜?

2015-02-23 07:39
오너부재 충격 가시화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CJ그룹의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인수가 좌절됐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되며 총수 공백이 장기화된데 따른 '오너 부재'의 여파가 가시화된 사례로 보고 있다.

23일 재계와 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13일 마감된 APL로지스틱스 본입찰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업계는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강해진 일본기업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데 반해, 오너가 3년째 부재중인 CJ대한통운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본입찰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미국·일본 물류기업 각 1곳, 글로벌 사모펀드 KKR 등 총 4곳이 참가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적정 인수가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수준을 예상했지만 매수 희망자들의 인수 의지가 강해 경쟁이 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화 가치 절하와 금리 하락에 따라 자본조달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기업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IB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물류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었던 CJ대한통운은 오너 부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됐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전 성공을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규모를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APL로지스틱스가 북미와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가 충실할 뿐 아니라 자동차, 내구 소비재, 가전, 포장화물, 소매물류 및 의류, 신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인데,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베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에도 미국 종합물류업체와 인도 물류기업 인수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지난해 수도권에 구축하려던 물류허브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했다.

CJ제일제당도 생물자원사업부문에서 베트남업체와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M&A를 추진했으나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한 바 있다. CJ오쇼핑 역시 해외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려다 보류했다.

CJ CGV는 올해 초 해외 극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다가 지연되는 등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CJ그룹은 2010년 1조3200억원, 2011년 1조7000억원, 2012년 2조9000억원 등 해마다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2012년에는 외식 및 문화콘텐츠 사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 의지에 따라 계획 대비 20%를 초과하는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이 회장의 부재로 투자는 계획 대비 20% 미달한 2조6000억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