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설 민심잡기 비상령…‘증세·공무원연금·4월 보선’이 결정
2015-02-16 17:02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정국이 요동치자 여야에 설 민심잡기 비상령이 떨어졌다.
저성장·저유가·저금리 등 ‘3저(低)’ 현상의 장기화로 경제성장에 적신호가 켜진 데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둔갑한 연말정산 논란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정치권 책임론이 일자 여야 모두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특히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여당 △호남총리 발언으로 지역주의 논란을 일으킨 제1야당 등 한국 정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민심의 향배가 심하게 요동치자 여야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급락을 면치 못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통적 지지층인 대구·경북 등 ‘집토끼’ 결집으로 상승 추세로 전환된 점을 감안하면, 설 밥상 민심이 집권 3년차 정국주도권 향배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첫 번째 大戰,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반면 부정평가는 58.5%(매우 잘못함 41.0%+잘못하는 편 17.5%)로 3주 만에 50%대로 내려갔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격차는 24.3%로, 같은 기간 6.2% 포인트 좁혀졌다. 부동층은 7.3%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구·경북(42.3%→54.2%) △대전·충청·세종(36.1%→40.8%) △60대 이상(51.7%→59.3%) △50대(39.5%→42.6%) △무직(40.1%→50.0%) △농림어업(41.9%→50.6%) △가정주부(42.2%→48.7%) △자영업(35.5%→41.2%) △새누리당 지지층(69.5%→72.8%) 등 집토끼에서 상승했다.
을미년 새해 초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과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둔갑한 ‘연말정산’ 파동으로 수직 하강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모멘텀을 마련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설 연휴 이후 법인세 인상 중 세제개편안을 첫 번째 승부처로 꼽는 이유다.
실제 13월의 연말정산은 ‘증세 없는 복지의 유효성 논란→법인세와 소득세의 형평성→법인세 인상 등 부자감세 철회’ 등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면서 정국 최대 화약고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이 엇박자를 낸 데 이어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막는 대신 소득세를 올리는 등 ‘우회 증세’를 했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봉급생활자 주머니 털기’ 논란이 확산됐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날 이와 관련해 “2010년부터 5년간 소득세 징수액은 증가했지만, 법인세 징수액은 2013년과 2014년 2년간 감소했다”며 “지난 2년간 소득세수가 법인세수를 앞선 것이 아니냐”라고 비판하며 설 연휴 이후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공무원연금·4월 보선 줄줄이 지뢰밭
정국 지뢰밭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정국을 강타한 공무원연금 역시 설 밥상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수십억의 혈세 논란을 야기한 공무원연금 개혁이 곳간이 빈 세수부족과 직결된 데다 당장 내달부터 시작될 노동계의 춘투와 맞물릴 경우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을 향해 “새정치연합은 뒤에 숨지만 말고 당당하게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사회적 대타협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선(先)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새누리당과 ‘선(先) 배제정치’ 타파를 외치는 야당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단순히 정책적 이슈를 넘어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의 전환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는 까닭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공무원을 배제한 채 밀어붙이기식 정치를 한다면, 상당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이슈로는 단연 4월 보궐선거(서울 관악을·경기 성남중원·광주 서구을)가 꼽힌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돌발 변수’로 등장한 4월 보선은 여야 미래권력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맞붙는, 사실상의 2016년 총선의 전초전이다.
옛 통진당 후보의 출마와 새정치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합류한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등 야권 후보 난립으로 4월 보선은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진다. 새누리당은 제1야당과 통진당을 묶는 ‘종북 심판’, 새정치연합은 ‘정권 심판’을 각각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설 민심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활성화다. 경제 이슈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업의 법인세 부분은 설 연휴 이후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