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성남 FC 우승 주역 3인방, 김학범 감독과 다시 뭉친다
2015-02-16 02:06
12일 성남 전지훈련지인 일본 구마모토에서 만난 세 선수는 “누구보다 감독님을 잘 알고 있는 우리가 후배들과의 축구 가교 역할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겠냐”며 “감독님은 우리만 믿으시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학범 감독의 엄격한 동계 훈련은 올해도 2006년과 다를 게 없다. 강릉에서 시작해 순천과 일본 구마모토를 거쳐 태국 방콕에서 끝나는 전지훈련 계획표에는 훈련과 연습 경기만 가득하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새벽, 오전, 오후, 야간까지 훈련만 네 번. 김두현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K리그 우승을 했던 2006년에도 참 힘들었지만, 결국 이 훈련이 있어 우승할 수 있었다”고 웃었고, 프로에 데뷔한 뒤 줄곧 성남에서만 뛰고 있는 김철호는 “어릴 때 느낌이 난다. 두현형과 태윤이가 오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세 선수는 오랜 기간 김학범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잠시 이별했던 순간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기에 전술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 마디로 눈빛만으로 통하는 사이다. 그 효과는 엄격한 동계 훈련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세 선수가 합류한 뒤부터 부쩍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훈련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후배들의 ‘멘토’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로 불호령을 내리는 김학범 감독에게 혼쭐이 난 후배들에게 슬쩍 다가가 위로하는 한편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게 일상이다. 김두현은 “후배들은 마냥 감독님이 무섭기만 하다고 말한다”며 “이럴 땐 감독님의 마음을 내가 잘 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멘토 역할을 하려면 실력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김태윤은 “제가 축구를 잘해야 후배들한테 조언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도 제자들의 남다른 자세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고참급 선수들이 솔선수범하면서 훈련 성과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은 “내 마음을 잘 알고 움직여주니 부족한 게 없다”며 “지금 분위기만 잘 유지한다면 성적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부쩍 우승컵에 욕심을 내는 듯 하다. 시·도민구단이라는 한계를 넘으려면 성적보다 좋은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기에 기회도 많다. 김두현은 “욕심이 나지 않으면 거짓말”이라며 “감독님과 함께 우리 셋이 노력한다면 성적도 나올 것이라 믿는다. 나도 팀의 중심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호도 “점쟁이는 아니니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ACL 조별리그는 통과할 것”이라며 “지난해 FA컵 우승도 했는데,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자신 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