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주권 손에 쥔 김홍국 하림 회장 … 하림그룹, 팬오션 지분 58% 매입

2015-02-12 17:29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아주경제 전운 기자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곡물 주권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국내 최대 벌크 운송사인 팬오션을 인수함에 따라 하림은 글로벌 곡물사업에 적극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하림그룹이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 경영권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매입키로 했다. 가격도 당초 제시됐던 1조610억원보다 530억원이나 낮췄다.

하림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로부터 팬오션 인수에 관한 본계약 체결을 허가 받았다고 밝혔다.

하림은 당초 JKL과 함께 팬오션 유상증자 대금 8500억원과 2110억원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약 1조61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58%를 인수하는 구조를 제안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법원은 하림의 계획이 기업회생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본실사를 허가했고, 한 달 간의 실사와 가격 재협상 과정을 통해 인수 가격을 1조80억원 수준으로 조정했다.

하림은 팬오션이 이미 보유한 33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가격 할인을 요구했다. 발행키로 했던 2110억원의 회사채도 158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하림은 팬오션이 올해 회생절차를 거치고 나면 안정적인 사업구조로 재편, EBITDA(상각 전 이익)만 35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채비율도 100% 이하로 축소, 우량회사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하림의 팬오션 인수는 글로벌 곡물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는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하림은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사료생산 분야 1위다. 현재 미국과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사료 및 축산업을 수출하면서 아시아 수요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곡물 벌크 운송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과의 결합은 곡물사업 확대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3년말 기준 국내 곡물 자급률은 23.1%로 식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사료곡물의 경우, 사실상 전량(97.3%)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하림은 수요 및 운송기반을 적절히 활용해 곡물사업을 전개한다면 해외 의존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하림그룹 관계자는 "국제 곡물유통 사업은 공급기반, 운송기반, 수요기반의 세가지 요소가 사슬을 이루고 있고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며 "팬오션 지분 매입은 이같은 이상적인 조합에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하림은 그동안 글로벌 곡물유통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연해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에 곡물 공급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옥수수 등 곡물과 사료원료의 수집 및 유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