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칼날'에 美퀄컴…동의의결가능성은?

2015-02-12 15:24
中서 철퇴받은 퀄컴 '특허남용'…한국서도 인정할까?
미국과 통상마찰도 고민…'동의의결' 해오면 땡큐인 공정위

[사진=아주경제신문DB]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중국 경쟁당국이 미국 통신칩 제조업체인 퀄컴에 대해 특허권 남용 행위로 처벌한 가운데 우리 경쟁당국의 액션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당국이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여부를 놓고 실태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가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퀄컴 경쟁사를 상대로 서면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지식재산권 등 특허권을 남용하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와 표준필수특허권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감시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공정위가 특허 남용행위로 보는 유형은 △과도한 실시료 부과 △표준필수특허 원칙(FRAND)의 적용 부인 △부당한 합의 △부당한 특허소송 제기 및 소송제기 위협 △사나포선 행위 등이다.

때마침 지난 10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퀄컴에 60억8800만위안(약 1조6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우리 공정위의 태도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려왔다.

현재 공정위는 퀄컴이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과 유사한 남용행위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특히 공식선상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거듭 밝힌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독과점’ 발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과 통상마찰을 우려한 소극적인 자세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동의의결제다.

ICT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 건과 관련한 공정위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예로 들며 퀄컴 또한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동의의결제는 사업자 스스로 원상회복과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 처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로써도 퀄컴이 동의의결을 신청할 경우 미국과 통상마찰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더욱이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시정하는 등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때문에 해외 경쟁당국들도 유사한 사안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퀄컴이 우리나라에서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를 인정, 동의의결을 신청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 측은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권을 통한 독점력 남용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만큼 관련업계 실태 파악 후, 퀄컴의 위반혐의가 구체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범국가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특단이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특허권 남용행위에 보호받을 수 있도록 공정위의 책임도 그만큼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2009년 퀄컴의 부당행위에 대해 27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