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CNI가 부국증권에 판 FIS 몰아주기 뚝

2015-02-10 17:00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동부CNI가 금융 계열사를 상대로 한 정보기술(IT) 사업만 분할해 부국증권 측에 판 FIS시스템이 갈수록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최다 출자한 동부CNI가 회사를 나누기 전만 해도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동부증권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는 몰아주는 IT 일감을 해마다 늘렸으나, 주인이 바뀌자마자 상황이 달라졌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FIS시스템이 이번 1분기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으로부터 올릴 예정인 매출은 각각 약 64억원, 16억원으로 1년 만에 26%, 55%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알맹이 빠진 동부CNI 적자전환

동부CNI가 2014년 말 FIS시스템을 분할하기 전까지 최대 매출처는 동부화재였다. 동부화재는 2013년에만 동부CNI에 약 712억원어치 일감을 줬다. 이에 비해 전년은 296억원으로 1년 만에 58%를 줄였고, 이번 1분기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국증권은 이 회사 프로젝트 사모펀드에서 100% 출자한 특수목적회사인 BK에이앤지를 통해 FIS시스템을 900억원에 샀다.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동부증권을 비롯한 동부그룹 계열사가 거래를 유지해주는 것을 전제로 인수한 것이지만, 예년 같은 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맹이 격인 사업을 처분한 동부CNI도 껍데기만 남았다. 동부CNI는 2014년 금융 계열사에서 받던 일감 감소로 영업손실 8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영업이익 108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는 이날 현재 2540원으로 액면가(5000원)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비해 동부CNI는 수년 전만 해도 계열사에서 전체 매출 가운데 50% 안팎을 올리며 해마다 흑자를 냈었다.

동부CNI 측은 최근 공시에서 "동부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매출채권 상각, IT 사업 매각으로 인한 보유주식 평가분 감액으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동부화재ㆍ생명ㆍ증권엔 청신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동부증권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는 IT 비용 '정상화'로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된다. 총수 측이 소유하고 있을 때만 해도 업계 평균을 웃도는 돈을 썼지만, 이제는 아니다. 실제 2014년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꾸준히 IT 비용을 줄인 것도 이런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FIS시스템은 공정거래법상 동부그룹 계열사에서 빠지게 돼 새 매출처를 늘리지 않으면 실적을 개선해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 같은 부문은 회사 기밀을 담고 있어 계열사가 아니면 일감을 주기 어렵다"며 "동부그룹 금융사에 다시 이런 수요가 생기더라도 FIS시스템에 용역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2014년 10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동부CNI로부터 매입이 줄었다"며 "2010년부터 4년 동안 이 시스템을 완성하느라 일시적으로 큰 돈이 나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FIS시스템은 1월 말 동부그룹에서 완전 분리됐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해야 하는 공시의무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동부CNI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FIS시스템을 팔아 약 100%대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외 금융권 IT와 시스템통합(SI) 사업을 강화하고, 사물인터넷(IoT) 같은 새 분야로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