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개위, 퀄컴 반독점에 1조700억원 벌금 "역대 최고"

2015-02-10 09:11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가 세계적 모바일칩 제조업체인 미국의 퀄컴에 1조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해외 기업에 부과한 벌금 중 최대 규모로 시장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포털 시나닷컴(新浪網)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발개위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퀄컴에 9억7500만 달러(약 1조700억원)의 벌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11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제소로 시작된 길고 위협적인 반독점 조사가 종지부를 찍게됐다.

퀄컴 측은 발개위와 벌금은 물론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로열티 하향조정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조정안은 곧 공개될 예정이다.

퀄컴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발개위가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 중국 시장 판매가를 다른 국가 대비 높게 측정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반독점법 위반을 통보해왔다"면서 "하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독점법 위반을 인정하고 당국과 조정을 통해 중국내 로열티를 받는 쪽을 택했음을 선언한 것이다.

사실 지난 1년여의 시간동한 컬컴의 중국내 매출은 큰 타격을 받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로열티 지급을 반독점법 조사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 이에 퀄컴이 합의를 통한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분기 퀄컴 매출 실적에 모바일칩 판매 비중은 무려 74%에 육박, 특히 이중 58%는 특허관련 로열티 수입이었다. 지난 5년간 기술특허로 퀄컴이 벌어들인 돈도 300억 달러를 웃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 1조원 벌금을 감당하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퀄컴은 중국 내 반독점 조사가 마침표를 찍자마자 올해 매출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2015년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기존의 260억~280억 달러에서 263억~380억 달러로 크게 높여 잡은 것이다. 주당순이익(EPS) 예상범위도 4.75~5.05달러에서 4.85~5.05달러로 조정했다.

이번 퀄컴의 '벌금 부과' 사례는 역시 반독점법 등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다른 기업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현재 발개위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최소 30여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