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붕괴···한국경제, 심장이 식어간다] 울산지역상가 "IMF 때 보다 더 어렵다"

2015-02-09 16:40

9일 오후 5시 울산광역시 남구 롯데호텔 뒷편 상권.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하다. 울산 최대 상권인 이 지역은 1월부터 손님이 크게 줄었다. [사진= 김지나 기자]


아주경제 김지나(울산) 기자= 9일 오후 12시 30분 울산광역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위치한 H분식.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개 테이블 중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1개에 불과하다.

점심시간 1시간 동안 H분식에서 받은 손님은 총 7명뿐이다.

H분식 사장 김모 씨(60세)는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직원들이 회사 눈치를 보느라 점심을 직원식당에서 먹는다"면서 "우리는 (위치가) 정문 앞이라 그나마 낫지만 여기서 좀 더 떨어진 음식적은 폐업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시간 현대중공업 앞에서 패스트푸드를 판매하는 맥도날드에는 현대중공업 직원들로 발 딛을 틈 없이 빽빽하게 줄이 늘어섰다.

울산지역의 제조업체들이 실적 악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울산 지역 상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임금ㆍ단체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구조조정까지 겹치며 직원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며 현대자동차 공장 주변 지역 상권이 크게 무너졌다.

작년 현대자동차의 장기파업 역시 지역경제에 타격을 가했다.

울산에서 18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김모 씨(62세)는 "2년 전 현대차 근무 패턴이 2교대로 바뀌며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직원들이 퇴근하고도 술자리를 잘 하지 않는다"면서 "밤 12시가 넘으면 거의 손님도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계약직 A 씨(30세)는 "작년 거의 3개월간 장기 파업이 이어지며 직원들이 돈을 받지 못해 돈을 쓰지 못했다"면서 "협상이 이뤄진 후 10월 2일 파업비가 1차로 나오고 복지포인트, 온누리상품권을 받으며 일시적으로 시내 백화점이 붐볐다"고 귀띔했다.

울산의 최대 상권으로 손꼽히는 울산 롯데백화점의 경우 작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5% 가량 줄었다.

울산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진 데다 동부산롯데아울렛이 작년 12월 문을 열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지역 경기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온라인에 주안점을 둬 롯데닷컴과 제휴를 맞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에서 S생맥주집을 운영하는 B씨(60대)는 "1월 들어 매출이 급감하며 IMF 때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예전에 100만원을 벌었다면 이제는 30~40만원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이어 "자기 소유로 된 음식점 상황은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임대료다 월급이다 내며 적자를 내고 있는 곳이 다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