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붕괴···한국경제, 심장이 식어간다] "울산, 대기업 파업에 협력업체 줄도산"
2015-02-09 16:46
아주경제 김지나(울산) 기자= 9일 오전 울산광역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노동조합 사무실 건물.
'통상임금 확대 적용하라', '동지여 함께가자 2014 승리의 그날까지'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걸려 있다.
노조 사무실 건물 뒤에 위치한 건물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되는 것이다'란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앞 현수막 내용과 모순적으로 겹친다.
대의원 선거 직전 현대중공업은 전체 직원의 5%인 1500명가량의 사무직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현대중공업 노사는 갈등 봉합 없는 평행선을 걷고 있다. 노조 사무실에 들어서자 50여 명의 조합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이어 “조직 신뢰가 다시 회복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위기가 이 회사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협력업체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1차 협력사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2, 3차 하청의 경우 가내수공업 규모로 영세한 곳이 많아 원청업체의 위기에 직격탄을 받는다.
원청 노조가 파업 할 경우 협력사는 수주 물량은 급감하게 되는 데 직원들의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지출돼 버는 돈 없이 돈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여기에 파업이 끝나고 수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하청업체는 직원들에게 추가 비용을 지급하며 잔업을 치워야해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협력사는 도산을 하는 것이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미 2, 3차 협력업체 중 문 닫는 곳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울산 지역 노조들이 강성인 것도 울산지역에서 기업들이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김모 씨(62)는 "울산 지역에서 돈을 푸는 사람들은 결국 협력업체 직원"이라면서 "이들은 잔업 등으로 돈을 버는 족족 술집 등에서 많이 쓰며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데 그 흐름이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작년 통상임금과 관련한 노조의 연이은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작년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역대 파업 기간 중 가장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직원 A 씨는 "작년 파업이 제일 길었던 이유는 아반떼, 엑센트, i30가 실적이 저조해 재고가 많이 쌓이며 파업 타결 후에도 재고를 팔 수 있는 상황에 사측이 끝까지 버텼기 때문"이라면서 "여름휴가가 있는 데다 노조원은 무임금 파업이라 회사에서 손해 볼 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울산지역에 위치한 석유화학사의 경우 유가 급락에 실적이 악화된 데다 고체연료 사용 제한 및 투자 여유 공간 부족 등으로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실행되는 탄소배출권제 역시 석유화학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지역에 위치한 한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울산지역에 석유화학사가 밀집해 있다고는 하지만 중공업 및 자동차 업체에 밀려 정책적 지원이 미비하다"면서 "이미 빽빽하게 들어선 석유화학 단지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추가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석유화학사들은 인건비 및 시설투자로 실적을 올리기 힘들고 결국 재료 경비를 줄여야 하는 데 고체 연료가 묶여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탄소배출권 역시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투자 여력이 현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