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증세·복지 논란 속 불안…경기활성화·구조개혁 추진 실종
2015-02-08 07:32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올해 한국 경제가 증세·복지 논란 속에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올해 첫 달인 지난 1월 소비 속보 지표는 지난해 1월 설 효과 등으로 방향성을 알 수 없는 혼조세를 보였다. 또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1년 전보다 감소했고 일자리 상황은 더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은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 막혀 추진동력이 상실된 모양새다.
8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주요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1월보다 15∼21% 줄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매출은 각각 15% 감소했고 롯데마트는 21.5% 감소했다.
이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에 설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 1월 매출은 1년 전보다 대폭 줄었다"면서 "정확한 추세는 설이 있는 2월 매출과 합산해 비교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 매출도 비슷한 추세다. 현대백화점은 5.5%, 신세계백화점은 3.6% 각각 줄었다.
1월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의 1월 내수시장 판매량은 총 11만1천620대로 5.0% 늘었다.
지난 1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액은 업계 전체적으로 2% 후반대의 증가세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카드사별로는 1∼5%대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은 불안한 출발을 했다. 지난 1월의 수출액은 453억7000만달러(잠정)로 작년 같은 달보다 0.4% 감소했다.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조업일수가 지난해 1월보다 1.5일 더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 감소율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물가 움직임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에 0.8%를 기록, 2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0.22%에 그쳤다.
정부는 국제 가격이 하락한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를 회복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도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1월 고용동향은 이달 중순에 나오지만 기저효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월 취업자 증가수는 70만5000명으로 상당히 많았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수가 지난해 53만3000명보다 낮은 45만명대로 예상하면서 특히 연초에 부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취업자 증가 수는 83만5000명이었고 3월에는 64만9000명이었다.
실물경기를 볼 수 있는 산업활동 동향은 지난해 12월 지표가 좋아 1분기에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 관련 속보 지표들이 완전하게 집계되지 않았고 지난해 1월에 설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월 전체 수치를 집계해야 연초 경기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 진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에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고 평가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거시정책 및 소비 여건 개선을 통한 안정적 내수 기반 확충, 맞춤형 일자리 대책 등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가열되면서 정부 경기 활성화 대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논란 과정에서 복지 축소, 증세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증세·복지 논란으로 국가개조, 구조개혁, 경제활성화는 물 건너 가는 것 같다"면서 "할 일을 못하고 경제 현안들이 증세·복지 논쟁에 함몰되면 큰 일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