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쎄시봉’ 조복래 “노래에 대한 낮은 자존감…무대 트라우마 있었다”
2015-02-06 15:02
조복래의 걸출한 연기를 보고 있자면 그가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 그는 전문 성우가 꿈이었다. 지난 4일 오후 땅거미가 질 무렵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제작 제이필름·무브픽쳐스)에서 송창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조복래를 만나 성우에서 연극으로, 다시 영화로 활동영역을 옮기게 된 과정을 들어봤다.
‘하이힐’에서 조직의 보스 허곤(오정세)의 뒤를 이을 2인자 역할을 맡아 뛰어난 무술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조복래는 복싱선수 출신이다. 프로 자격증까지 딴 그는 복싱으로 세계를 재패하지 못할 바에는 다른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진 직업이 성우였다.
가장 고치고 싶었던 건 무대 울렁증이었다. 연기가 아닌 노래에 있어서의 무대.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하면서 보컬로 활동을 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연기보다 훨씬 어려웠다. 대학교에서 성악 수업도 받았지만 사람 앞에만 서면 떨렸다. 뮤지컬 ‘아버지의 노래’ ‘디셈버’ 등에 출연했지만 노래가 아닌 연기에 집중된 배역이었다.
“노래에 투자한 시간이 긴데 왜 무대 콤플레스가 있을까”라는 자책감이 있었다는 그는 ‘쎄시봉’ 오디션 소식에 도전정신이 발동했다.
개량한복을 입고 클래식 한 곡, 송창식 노래 한 곡, 자유곡 하나를 준비한 조복래는 떨리지만 최선을 다했다. “노래에 있어 자존감이 정말 낮았다”는 그는 “송창식 선생님의 노래를 정말 좋아해 죽을만큼 하고 싶었다. 평소 준비하지 않던 배역과 어울릴 의상과 가발까지 쓰고 오디션장을 찾았다. 감독님께서 인터뷰를 통해 ‘외모가 어울려’ 뽑았다고 하시더라”고 전하며 웃었다.
“사실 ‘쎄시봉’에 캐스팅이 확정되고 난 뒤에 더 많은 노력을 했어요.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 생기는 울렁증,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연기를 할 때의 공연도, 개봉을 앞두고 한 버스킹까지 소화하다보니 최소한 떨지 않는 수준까지 온 것 같아요. 많이 얻어가는 작품이죠.”
조복래는 “이렇게 길게 역할을 소화한 것이 처음이라 힘들었다”며 “적응을 잘 못했다. 연극에서 영화계로 넘어온지 얼마 안된 상태라 더 그랬다. 너무 긴장을 했었는데,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 자유롭게 놀지 못했던 것 같다. 다행히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이 풀어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고 회고했다.
그에게 롤모델이 누구인지 물었다.
“평생 한 우물만 파온 연기자 선배님들이죠. 정말 멋지잖아요. 20년, 30년이 넘도록 한 길을 우직하게 걸어오시며 관객들에게 멋진 연기를 펼치시는 선배님들 모두가 제 롤모델입니다.” 그 역시 언젠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