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시아나항공 A380 기내서 바퀴벌레 출몰… 고객 항의에 마일리지 적립 흥정
2015-02-03 13:54
-아시아나 불량한 위생상태 드러나…바퀴벌레부터 신던 양말까지
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이소현 기자 = 이번엔 아시아나항공이다. 대한항공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항공사의 기내에서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특히 승객이 신고 벗어놓은 양말까지 발견되는 등 구멍난 위생관리 실태가 드러나며 '바퀴아나'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심각한 것은 불량한 위생상태를 보인 항공기가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항공기인 A380이라는 사실이다.
아시아나측은 해당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진정성있는 사과보다 고객 달래기를 통한 사실 감추기에 급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놀란 문씨는 곧바로 승무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승무원은 고객의 호출에 달려가 사실을 확인했지만 문씨보다 더 놀라며 사라져버렸고 결국 문씨는 직접 물수건으로 바퀴벌레를 잡았다.
잠시 후 승무원이 앞치마와 비닐장갑을 한 채로 다시 나타났고, 이 승객은 직접 잡은 바퀴벌레가 담긴 물수건을 전달하며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태도였다. 평소 아시아나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문씨는 책임자의 사과도 받고 다시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아시아나항공 고객센터에 전화해 해당 사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책임자의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서야 문씨에게 연락을 취한 아시아나 고객센터 담당자는 사과보다 마일리지 추가 적립(3000마일)과 추후 사용할 수 있는 기내 면세품 할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최소한 고객 담당 임원이나 위생·청소를 관리하는 책임자의 사과를 기대했던 것보다 흥정쪽으로 흘러간 분위기에 문씨는 다시 한 번 불쾌함을 느껴야만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문씨가 겪었던 일련의 일들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바퀴벌레가 나왔던 시점은 고객이 이야기하는 식사 서비스 당시가 아닌 그라운드 서비스(이륙 직전기내 물품 나눠주는)였을 때 였다"고 말했다. 이어 "양말의 경우, LA현지 용역업체가 놓친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아시아나는 문씨의 컴플레인 이후 고객만족팀 책임자가 두 차례에 걸쳐 문씨에게 사과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바퀴벌레의 경우 고객들의 수하물에 딸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변명하며,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21일 다시 한 번 연락을 취해 사과를 했다"며 "(마일리지 적립건 등은) 다만 아시아나 내규상 손님이 불편을 느꼈을 경우나 혹은 불쾌함을 느꼈을 경우 보상 규정이 있어 이에 대한 설명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기에서 바퀴벌레가 출몰한 것은 지난 2013년 8월 진에어 이후 두번째다. 진에어는 당시 바퀴벌레 출몰과 관련해 뒤늦게 사과를 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1년 에어트랜항공 여객기를 탄 커플이 짐을 보관하는 선반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지만 승무원들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0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례가 있다.
문씨는 "불쾌함과 실망감을 넘어 (아시아나항공측의) 고객의 문제 제기를 거짓말 여부 파악 및 별일 아닌 듯 어물적 넘어가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고객들이 10여시간이 넘는 장기간을 생활하는 기내의 환경이 이처럼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데에 대해 놀랐으며, 이를 관리하는 항공사 관계자들의 고객 관리 태도에 더욱 놀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