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사용 두고 '의협-한의협' 갈수록 극한대립... 밥 그릇 싸움? 지적도
2015-02-02 20:49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범한의계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한의사 의료기기 규제 철폐에 전극 나서기로 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임시대의원총회와 '보건의료 기요틴(단두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회의'를 잇따라 열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적극 저지키로 결의했다.
◆ 한의협, 한의대 교수 및 한의과대학 학생 동원... 의협 11만 전 회원 결의
2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의협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 철폐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위원회엔 한의협을 중심으로 대의원총회, 한의학회, 한방병원협회와 한의대 교수 및 한의과대학 학생 등이 모두 참여한다.
한의협 대의원총회는 지난 1일 협회 회관 5층 대강당에서 의료기기 현안대책을 위한 2014회계연도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한의사뿐만 아니라 한의대 학생들까지 참여시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문제가 한의계 전체의 목소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의료인인 한의사가 진단의 객관화를 위해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진단기기 조차도 마음대로 활용 못하는 현재의 상황을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며 “시간이 흘러 한의사 후배들이 그 당시 41대 집행부를 중심으로 혼연일치가 되어 한의학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의원들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하여 효율적인 대정부 투쟁과 협상을 위해 단식 중인 김필건 회장의 단식유보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단식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의협도 의사-한의사 업무영역 갈등에 대한 사법부 판례를 통해 한의협의 공세를 막을 방침이다.
의협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사법부의 판결을 근거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를 진단함에 있어서 현대의학의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적 원리와 한의학의 기본원리인 음양오행 이론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진단기기는 엄격히 구분돼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학문적 원리를 비롯해 질병의 원인과 발병기전에 대한 이해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를 공통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 결국은 '밥 그릇 싸움?' 일부 지적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의협과 한의협에 대해 결국은 제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상업화된 한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황을 겪고 있는 등 한의계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 의료계도 저수가 등의 의료정책으로 경영 어려움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초음파와 엑스-레이는 검진의 핵심으로 전국 1만3000여 한의원에서 엑스레이·초음파 기계를 사용하게 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돼 한의원을 방문한 환자가 영상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인근의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불편이 줄어든다.
반면 의사들은 엑스레이 판독에 대해 배우지 않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문제가 발생하는 등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범위에 대해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하되 ‘초음파·엑스-레이’는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최근 2015년 업무보고 정책설명회에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권 실장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을 따른 것으로 법개정 작업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국내를 대표하는 법무법인 대형 로펌 5곳을 자문한 결과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해 의료법 등 법률개정은 불필요하며, 보건복지부령으로 되어 있는 관련 규칙의 조항만 개정하면 충분하다”며 맞받아쳤다.
복지부는 각계의 의견을 취합해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