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찾아가는 배움교실’서 8백여명의 어르신이 한글 공부
2015-01-30 09:47
아주경제 손봉환 기자 =서산시 지곡면 대요2리 김세영(89) 할머니는 요즘 월요일과 수요일이면 책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마을회관에 가서 한글을 배우기 위해서다.
김 할머니는 비슷한 또래 할머니들이 그랬듯이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아흔을 코앞에 둔 나이지만 한글을 배우고 싶어서 지난해 배움교실에 등록했다.
김 할머니는 “한 자 한 자 글씨를 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얼른 글을 깨우쳐 버스를 타고 장도 보러 나가고 자식들 집에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배움교실에서는 김 할머니를 포함해 26명의 늦깍이 학생들이 매주 2회 4시간씩 한글을 배우고 있다.
할머니들은 처음엔 연필 잡는 것도 두려워했다.
그래서 수업은 글자와 친해질 수 있도록 색칠하기, 숫자놀이, 신문·광고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수업의 강사를 맡고 있는 강자연(49)씨는 “어르신들은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공부를 왜 좀 더 빨리 하지 않았는지 후회된다고 말씀하신다.”며 “배움교실이 어르신들의 삶에 커다란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산지역 44개의 배움교실에서는 이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친 8백여명의 어르신들이 3년 과정으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그동안 이 과정을 통해 630명의 어르신이 배움의 한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