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 미국차관 "한미 최우선 과제는 북한 비핵화"

2015-01-29 14:15
"한미 간에는 대북 정책에 틈 없어…북한, 비핵화 조치 취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보여야"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우리는 한국과 같은 정책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한반도를 궁극적으로 비핵화하는 것이고 북한에 관한 한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first priority)이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29일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외교차관 협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 꺼낸 말은 '북한'과 '비핵화'였다.

셔먼 차관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최근 언급한 북한의 붕괴를 추구하는지 대북관여 정책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는 매우 일관되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매우 강력한 양자 관계가 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양측은 북한으로부터의 도전을 해결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해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 공조에 엇박자가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일축했다.
 

웬디 셔먼(왼쪽)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29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과 만나 북핵문제와 대북정책 등을 둘러싼 한·미간 공조를 점검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는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가 더 있기를 희망하며 모든 한국이 다시 통일된 날을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분단을 끝내고 한국 국민이 핵무기나 영토에 대한 위협 없이 통일된 나라에서 민주적인 규칙 아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방문 뒤 전날 한국에 도착한 셔먼 차관은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만큼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중요한 리더십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비핵화가 우선 과제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 문제에 관해 매우 중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우리는 모두 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총회의 대북 인권 결의안과 소니 해킹 사태에 대응한 미국의 행정명령을 거론한 뒤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필요한 평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을 우리는 항상 찾고 있다"고 말했다.

셔먼 차관은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진지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북한은 비핵화로 가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게 하는 많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예방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앞서 셔먼 차관은 한미 차관급 협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 간에는 대북 정책에 틈이 없다"면서 "양측 모두는 한반도에서 (북한) 비핵화와 민주적 절차에 따른 통일에 대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상위 10대 경제국 중 중 하나로 글로벌 리더"라면서 "미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한국이 국제무대로 가져오는 공헌과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차관도 한미간 대북 정책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지난번에 만났을 때 (협력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 대해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긴밀하게 같이 일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난해에 시에라리온에 에볼라 대응을 위한 의료진을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과 워싱턴은 긴밀한 조율을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올 들어 처음 열린 이번 고위급 협의에서 최근 북한 및 북핵 정세를 평가하고 한반도 정책 기조를 포괄적으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니 해킹 사태 이후 미국 정부 안팎에서 대북 제재 분위기가 강경해지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면서 양국은 대북 정책 '미세조정'을 위한 논의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셔먼 차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예방과 청와대 방문 등의 일정을 진행한 뒤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