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회사가 만든 예술展, 현대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2015-01-30 06:01
28일 개장한 현대자동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 미리 보니
조형예술로 꽃 피운 자동차에 얽힌 이야기‧추억 엿볼 수 있어
조형예술로 꽃 피운 자동차에 얽힌 이야기‧추억 엿볼 수 있어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캐나다로 먼 길 떠나는 주인공을 위해 베라크루즈 운전석 시트 부분을 뜯어 여행용 가방으로 만들었다. 생계를 위해 30년간 손님만 태우던 택시 뒷좌석이 안락한 소파로 변신했다. 삶의 일부였던 자동차에 사연을 얹고 작가들의 손을 거치자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바로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의 일환으로 열린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 전시회 이야기다. 현대차는 사용하던 차를 폐차하거나 중고로 판매할 예정인 1만8000여명의 시민들에게 사연을 받은 뒤 61명을 선정했다. 해당 차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를 지난 27일 언론공개를 시작으로 오는 2월 1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 알림1관에서 전시한다.
자동차에 얽힌 추억과 사연을 담아 감성을 자극하는 자동차 업계 마케팅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통해 공격적인 아트마케팅을 시작한 현대차는 이번 전시회에 모터쇼에 참가하는 비용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자동차를 잘 만들고 많이 파는데서 벗어나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현대차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다져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야기 그네’는 양수인 건축가의 작품으로 신인 영화감독의 소나타Ⅱ에 얽힌 짧은 추억과 기억이라는 비 물리적인 소재를 자동차라는 물리적인 소재에 결합시켰다. 원래 검정색이었던 소나타는 새 빨간색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고 뒷좌석을 절단해 그네로 탈바꿈했다. 이 작품은 관람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이야기 그네’에 문을 열고 올라서 이야기를 해보니 그때부터 그네로 만들어진 소나타Ⅱ는 앞뒤로 서서히 흔들렸다. 이야기 그네라는 작품이름처럼 관람객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고해성사를 하듯 수집된 이야기는 ‘이야기 공’안에 담겨 차주였던 영화감독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이야기 공은 별도의 버튼은 없고 흔들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게끔 제작됐다.
참외 장사를 했던 아버지의 자부심이었던 포터를 갈아 만든 쇳가루로 아들의 효심을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쇳가루 산수화로 유명한 김종구 작가가 ‘참외향 가득한 트럭’이라는 사연의 주인공인 아버지의 1990년대 포터 트럭을 갈아 ‘자동차와 시, 서, 화’, ‘쇳가루 산수화-성주꿀참외’로 작품화했다. 김 작가는 “물건 중에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동차(自動車)라는 말은 참 재미있다”라면서 “3만여개의 부품이 연결 된 자동차를 10년 가까이 몰게 되니 주인을 닮아가더라”고 말했다. 이날 김 작가는 쇳가루로 서예를 쓰는 것을 직접 보여줬고 서로 다른 높이로 바닥에 쇳가루들을 쌓아 포터 앞 유리창에 한 폭의 산수화를 비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과거-현재-미래’를 연결시키는 전시 컨셉으로 14명의 예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사진은 오중석, 김용호 등 최근 주목 받고 있는 4명의 사진작가의 작품과 대학생 공모전에서 차량 관련 주제로 선정된 5개 작품까지 전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전시회 동안 작가와의 대화, 작품 설명 프로그램 등과 같은 다양한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