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삼관’ 하지원 “감독 하정우는 배려쟁이”

2015-01-19 10:09

배우 하지원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허삼관’(감독 하정우·제작 두타연·공동제작 판타지오픽쳐스)은 세 아들 중 유독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큰 아들이 내 피가 아니라는 소문이 퍼지며 일생일대의 사건을 맞게 되는 허삼관(하정우)에 대한 작품이다.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을 받았으며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미국 반스 앤 노블 신인작가상,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을 수상한 바 있는 세계적 소설가 위화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를 전 세계 최초로 스크린에 옮긴 ‘허삼관’은 감독 하정우 특유의 유머가 보태져 해학적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중반까지 내리 웃음으로 내달리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으로 끝을 맺는다. 이웃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흔치 않은 허삼관 캐릭터의 독보적 존재감이 하정우의 찰진 연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보장한다.

하지원(36)은 그런 하정우의 아내이자 동네의 최고 미인 허옥란 역을 맡았다. 허옥란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매력으로 뭇 남성들을 사로잡는 최고의 미녀이자 최고의 신붓감. 하소용(민무제)과 약혼을 했으나 허삼관의 끈질긴 대시 끝에 결국 파혼하고 허삼관과 결혼한다. 호강과는 거리가 먼 결혼생활이지만 남편과 떡두꺼비같은 세 아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배우 하지원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지난 1997년 KBS ‘수학여행’으로 데뷔 후 영화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 ‘1번가의 기적’, 드라마 ‘기황후’ ‘더킹 투하츠’ ‘시크릿 가든’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여배우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하지원을 지난 13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났다.

멜로, 코믹, 공포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지만 액션에 좀 더 치중했던 하지원은 그동안 너무 몸을 혹사시켜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하지원에게 ‘허삼관’은 힐링의 현장이었다고.

“무대인사 때도 말씀드렸는데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관객들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이번에는 촬영장 안과 밖이 전부 힐링캠프장 같았어요. 그리고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하정우 씨는 배려쟁이였어요.(웃음) 원래 저는 작품에 앞서 ‘폭풍준비’를 하는 편인데 저보다 ‘폭풍준비’를 해주시는 감독님을 만나니 필요가 없더라고요. 평소에는 직접 의상도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준비해주셔서 필요가 없었죠. 요리도 해주시고 맛집 좋아한다고 하니 식당 ‘헌팅’도 해주셨어요. 배우이다보니 섬세한 부분까지 정말 잘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배우 하지원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하지원은 하정우의 그런 배려심과 함께 특유의 유머감각도 극찬했다. “이렇게 많이 웃은 현장은 처음이었다”는 하지원은 “처음부터 감독 하정우로 봤다.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상대배우와 연기를 위한 친밀감 때문에 장난도 치게 되고 스스럼없이 지내려고 하지만 하정우는 감독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감독 하정우로 만났을 때 현장에서 좀 어색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매우 편하게 해주셔서 괜찮아졌다”고 회상했다.

아역배우 남다름(일락이), 노강민(이락이), 전현석(삼락이)도 하지원에게는 촬영장을 가고 싶게 만든 촉진제였다.

“정말 예뻤어요. 제가 아이들과 놀아줬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저랑 놀아줬다고 해야할까요? 먼저 저한테 다가와 ‘게임할래요?’ ‘어디 갈래요?’라면서 다가오는데 딱 제 코드였어요. 저는 사실 누군가를 돌보는 걸 잘 못해요. 제 ‘케어’도 안되는걸요.(웃음) 그래서인지 오히려 편안했던 것 같아요. 제가 ‘묵찌빠’를 좋아하는데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어린아이들 놀이를 좋아하니까, 마침 좋은 친구들이 생긴거죠. 매일 점프해서 사진도 찍고, 그 사진을 보면서 웃었죠. 오락실도 자주 갔아요. 촬영이 끝나면 벤을 같이 타고 오락실에 가서 노는데 제 옆을 지켜야한다며 서 있는 우리 아들들의 모습이 참 멋있어보이더라고요.”
 

배우 하지원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데뷔 후 첫 어머니 연기.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촬영 전에는 사실 내 옷이 아닌 느낌이었다”고 회상한 하지원은 “모성애는 연습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세 아들들에게 어떻게 해준다기 보다는 그냥 친하게 지낸 게 좋았던 것 같다”면서 “계속 아이들을 안아주다 보니 진짜 가족처럼 느껴지더라. ‘어떻게 연기해야할까?’라는 생각을 안 했다”고 당시 현장을 묘사했다.

연기를 넘어서 아이들과 소통한 하지원은 지금도 세 아들과 연락을 한다. 일락이는 보고 싶다는 문자를 하고 이락이는 혼자 점프해 찍은 사진을 엄마에게 보낸다.

비연예인으로 치자면 결혼적령기를 조금 넘어선 하지원은 영화처럼 세 아들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아직 부모님이 결혼을 하라고 부담감을 주시지는 않아요. 음…. 만약에 엄마가 된다면 많이 놀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도 에너지가 넘치시거든요. 저도 엄마처럼 아이들에게 이런말을 해줄 것 같아요. ‘이 시간은 지나면 돌아오지 않아. 즐겨’라고요.(웃음)”

연기를 즐기는 하지원의 원동력을 엿본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