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프랑 폭등, 명품 시계 값 올라가나?
2015-01-19 07:05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고가 수입 시계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최저환율제 폐지로 스위스프랑 가치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고가 시계 대부분이 스위스 제품이어서 환율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시계 부문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백화점과 고가 수입 시계 브랜드 관계자들은 스위스프랑 환율이 폭등함에 따라 국내에 수입되는 시계 가격 역시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롤렉스를 비롯해 파텍필립·태그호이어·바쉐론 콘스탄틴·오데마 피게 등 국내 고객들에게 '명품'으로 알려진 시계 회사는 대부분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현지에서 제품을 만든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상품이 나오기 3∼6개월 전에 결제와 선적이 이루어지는데다 고가 시계는 직수입 규모도 미미해 당장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 열릴 SIHH(국제고급시계박람회)에서 가격 문제도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IHH는 고가 시계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세계 각국 바이어와 정보를 나누는 자리로, 통상 3월 열리는 바젤 월드(바젤시계보석박람회)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시계 박람회로 꼽힌다.
스위스 시계가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는 현지에서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레게·오메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그룹의 닉 하이에크 회장은 "SNB의 결정은 수출산업과 관광업, 나아가 전 국가에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와치를 비롯한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의 주가는 현지 주식시장에서 평균 15% 가량 내렸다.
다만 아시아 시장은 이미 수입 제품 가격이 유럽 국가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어 가격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백화점의 수입 시계 바이어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제품 가격이 이미 유럽보다 높은 수준인데다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시아 판매 제품) 가격을 많이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스위스 중앙은행은 2011년 유로화에 비해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것을 막고자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으로 못박았던 최저환율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1스위스프랑당 1067.38(일중 고가 기준)이었던 원·스위스프랑 환율은 이 발표가 나온 15일 1459.11원으로 30% 이상 폭등한 뒤 16일에는 1220∼1290원 수준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