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새 국면…신제윤, 외환 노조 입장 바꿔

2015-01-12 16:19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외환은행 본점[사진=김세구 기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지주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대한 본협상 돌입을 제안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2일 조기통합에 대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던 기존의 입장을 사실상 번복했다.

이에 따라 수개월 간 고착상태였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조기통합 논의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하나금융에 "본협상하자"

외환은행 노조는 12일 오후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실질적 대화개시를 가로막고 있는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본협상에 들어갈 것을 지난 11일 하나금융에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오는 3월 13일까지 통합여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대한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그동안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갈등을 빚어왔던 사안은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통합 작업에 대한 중단 여부다. 외환은행 노조는 대화기구를 발족키로 한 만큼 지금까지 진행해온 통합절차를 중단하고 노조와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하나금융은 대화기구 발족과 상관없이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조기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무기계약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조기통합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양측의 대화가 중단된 것으로 분석해왔다.

이에 대해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대화의 중심이 (정규직 전환으로) 변질됐다"며 "정규직 전환은 2013년 합의하고 지난해 1월에 시행키로 한 사안인데 사측이 1년 넘게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노조가 지속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협상을 요구해왔고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에 '노사 상생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문구가 있어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노사합의 없이 통합신청 처리할 수도"

신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오랫동안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합의를) 기다렸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없다"며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사 합의를 우선시해왔던 금융위의 기존 입장에 변화 조짐이 일었던 것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당초 (생각)해왔던 것을 뒤집거나 바꾸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자 신 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시간을 줬고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 위원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 없이 조기통합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승인 해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충분히 기다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신 위원장이 사실상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논의에 대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측의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지난해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당연히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한 추진이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5년간 독립경영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2·17 합의서에 대해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기통합을 이슈화한 뒤 6개월가량 노사합의 지연으로 교착상태가 지속되자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노사 합의없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승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금융위의 입장 변화와 외환은행 노조의 본협상 제안으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으나 지금까지와 달리 양측이 무난하게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기일을 오는 3월 1일로 잡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오는 3월 13일까지 협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양측의 협상이 다시 불발될 경우 신 위원장이 합의없이 통합 신청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 없이 조기통합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측 모두 우선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일정부터 조율하지 못할 경우 또 다시 고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금융은 이날 외환은행 노조의 본협상 돌입 제안에 대해 "협상 기간을 60일로 정한 것은 형식논리"라며 "진정성 있는 협상이라면 기간에 상관없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진정성 있는 대화라면 검토하겠지만 합의가 안 될 경우 이달 중 (조기통합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