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세모녀 살해 사건, 모녀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 검출

2015-01-12 09:52
국과수 부검 결과 아내·큰 딸에게서 수면제 성분 검출

[사진=아이클릭아트, 위 그림은 기사와 무관함]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서울 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아내와 큰딸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강씨의 아내 이모(44)씨와 두 딸의 시신을 인계받아 부검한 결과 이씨와 큰딸(14)에게서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이 검출됐다. 둘째딸(8)에게서는 수면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국과수는 지난 9일 1차 조사에서 수면제 의심 성분이 검출돼 2·3차 정밀 조사를 벌였고, 졸피뎀 성분을 확인했다. 다만 국과수 판단에 따르면 검출된 졸피뎀 양으로는 사망에 이를 수준은 아니다.

이에 따라 강씨가 수면제를 이용해 가족들을 재운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세모녀의 시신에서 저항 흔적이 거의 나오지 않아 강씨가 수면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해 왔다.

당초 강씨가 범행을 스스로 신고하는 등 우발 범죄로 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시신에서 수면제가 검출됨에 따라 경찰은 강씨가 사전에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면제 입수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

불면증 치료용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은 장기간 복용하면 환각증세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구입하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강씨는 지난 6일 오전 3시부터 4시 30분 사이 서초동 자신 소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딸을 잇달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 출신의 엘리트였던 강씨는 3년 전 실직한 뒤 재취업에 실패했고 이어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입자 자포자기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3일 오전 서초동 강씨 아파트에서 현장검증을 한 뒤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