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팜을 부탁해-②] 직장어린이집, '그림의 떡'
2015-01-05 13:41
아주경제 김지나·박현준·이소현 기자= LG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A씨는 2013년 3살 된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직장이 있는 서울 여의도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직장어린이집 정원이 초과되며 결국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는 꿈을 접었다. 그룹에서 A씨가 다니는 계열사로 내려 보낸 직장어린이집은 3세 기준 정원 자리가 단 4명이었다.
A씨는 "작장어린이집을 만들어도 현실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면서 "특히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인 만큼 어린이집 정원수는 턱도 없이 적다"고 토로했다.
현재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하우시스, LG상사 등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입주한 총 5개 계열사 직원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
정부의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대책으로 대기업들이 속속 직장어린이집을 개원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직원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2009년부터 서울 강남구 서초 사옥에 약 120명 정원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단 한 곳인데 반해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서초 사옥에 입주한 삼성그룹 계열사 10곳 직원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
SK그룹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 총 49명 정원을 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SK에너지 및 SK이노베이션 등 본사에 입주한 총 7개 계열사 직원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는데 입소 경쟁률이 30대 1에 육박한다.
현대자동차 역시 2013년 7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근처 염곡동에 정원 30~40명 규모로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현재 이 어린이집은 현대차 및 기아차, 현대제철 직원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그룹은 지난해 서울 태평로 및 여의도에 직장어린이집을 개원해 각각 60~70명의 정원을 두고 있으며, GS그룹은 2012년 GS칼텍스 및 GS에너지 직원들이 함께 이용하는 직장어린이집을 서울 강남구에 설립했다. 현재 정원은 55명이다.
포스코의 경우 2013년 9월 서울 포스코 센터 내 직장어린이집 규모를 늘려 정원수를 60명에서 98명으로 확대했다.
정원 100여명 안팎의 직장어린이집을 여러 계열사들이 함께 사용하다보니 입소 경쟁률이 치열해져 직장어린이집에 아이를 입소시키려는 직원들은 '운'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 인터넷 기업에 근무하며 6세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이모씨는 "(직장어린이집 입소를 위한) 경쟁률은 3대 1 이상"이라면서 "주로 여 직원, 장기 근속자를 일정 부분 배정한 뒤 추첨하는 데 항상 자리가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롯데 계열사에 근무하며 5세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박모씨는 "정원은 한정됐고 대기자는 늘 줄을 서 있는 상태"라면서 "그나마 장기 근속한 덕분에 둘째 아들을 운 좋게 입소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정부의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대책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어린이집은 지었지만 정원을 현실화 시키는 것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새어 나온다.
A씨는 "회사 근처에 어린이집을 지어도 되는데 회사는 굳이 회사 안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어린이집을 늘리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하라고 해서 어린이집은 만들었는데 적극적으로 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직장어린이집을 늘리려고 해도 본사엔 사무공간도 부족해 여유가 없다"면서 "인근 오피스 건물을 이용하려 해도 오피스 건물주들이 주방 등 한 살림이 들어간 어린이집을 입주시키길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업의 특성상 다른 기업에 비해 여직원 수가 적다"면서 "어린이집 확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