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팜을 부탁해-①] "아이와 함께 통근버스…대화 많아져"

2015-01-04 09:02
아이 손잡고 출근하는 엄마와 아빠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김지나‧박현준‧이소현 기자 = H그룹에 다니는 배모씨(남‧39)는 지난해 3월부터 아이(5세)와 함께 출근한다. 아이가 회사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기 때문이다.

배 씨는 1시간 거리를 아이와 함께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하다 보니 아이와 부쩍 친해졌다.

그는 "전에는 퇴근 시간이 늦어 아이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지금은 대화가 많아졌다"면서 "아이에게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갈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대책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대기업들이 늘면서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아이와 쉽게 교류할 수 있고 출‧퇴근의 편의성이 높다는 점 등에서 아이를 가진 직장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반면 잦은 야근과 회식 등으로 아이와 함께 퇴근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 등은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 "직장어린이집, 야근해도 안심"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3회계연도 결산 분야별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어린이집 이용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어린이집은 직장어린이집이었다.

전체 어린이집 숫자는 4만3770곳으로 이 중 1.4%인 619곳이 직장어린이집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어린이집은 가정 어린이집(2만3632곳)이고, 이어 민간 어린이집(1만4751곳)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어린이집은 부모의 근무시간에 맞춘 보육시간 운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인기가 있었다.

직장어린이집에 아이(3세)를 맡기고 있는 모 전자회사 직원 김모씨(여‧33)는 "직장 어린이집 이용에 가장 좋은 점은 야근을 해도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봐 주는 것"이라면서 "아침, 저녁으로 아이 얼굴 보고 대화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직장어린이집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고, 직원들의 아이를 보살피고 있다.

이외에도 직장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에 비해 교육의 질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직장어린이집에 아이(5세)를 보내고 있는 롯데 계열사 직원 박모씨(여‧37)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만큼 어린이집에 예산 걱정이 없고, 아이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면서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선생님 수도 많고, 체험학습은 물론 교재에도 아낌없이 투자해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대책에서 직장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비 지원을 확대했다.

중소기업 직장어린이집의 경우 교사 1일당 월 지원금을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늘렸다.

현재 민간어린이집은 교사 인건비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되지 않고 있고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130만~140만원이 지원된다.

◆ 야근 많은 기업문화 '제자리'…워킹맘 '속병'

반면 회사에 아이를 맡기는 일부 직원들은 야근과 회식이 많은 회사 분위기가 여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에선 아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이유로 퇴근시간을 배려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김모씨는 "다들 늦게까지 일하는 데 아이를 핑계로 나만 일찍 나갈 수 없는 노릇"이라면서 "직장에 어린이집은 생겼지만 조직에서 달라진 변화는 아직 없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혼잡한 통근버스 및 지하철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퇴근 후 회식 자리 등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점 등 역시 아쉬움 점으로 지적됐다.

배 씨는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다 보니 저녁에 야근을 하거나 약속을 잡기 어렵다"면서 "그나마 회사에서 탄력적 출·퇴근제를 배려 받아 1시간 늦게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