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일,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에 경계심ㆍ신중

2015-01-02 11:54

[사진 출처= CNN 동영상 캡처]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것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그 진의 등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남북 관계의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등 공식적으로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타냈다.

그러나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에 대해 미국 행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 조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남북 관계 개선도 크게 이뤄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화의 분위기와 환경을 한국 측에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경험에 비춰 이 전제조건의 의미를 신중하게 파악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만남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신년사에서 늘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해 왔기 때문에 그 자체보다 그 맥락을 조심스럽게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무기 프로그램에 강하게 집착하는 기존 정책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음을 대외적으로 확인시켰다. 북한이 한ㆍ미 합동군사훈련 취소를 대화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거론한 대목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마치 한국이 한ㆍ미 합동군사훈련 취소 등 적절한 대화의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식”이라며 “서울과 워싱턴이 평양을 대화 테이블에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양보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인권 논란에 따른 국제적 고립구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유화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정부가 대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시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북 대화파로 여겨지고 있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번 제안이 어떻게 귀결될지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이르다”며 “한ㆍ미 합동군사훈련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계책일 수도 있지만 진정성 있는 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김정은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의 배경과 전망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교도통신은 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 처음이라는 것에 주목하며 “북한이 남북 관계 회복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올해 남북이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것과 맞물려 북한이 앞으로 남한에 ‘대화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북한이 올해로 집권 4년차를 맞이하는 김정은 체제에서 경제 상황을 호전하려면 외국의 지원이나 투자가 필요함에도 중국과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 계속돼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시사 배경을 전했다.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과 미국의 정기 합동군사훈련이 핵전쟁의 위험을 낳는다’고 주장하며 중단을 요구하는 등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한 만큼 관계 개선이 어디까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산케이신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제안은 박근혜 정권이 전날 ‘통일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