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못할 이유 없다"…고위급접촉 재개 제안

2015-01-01 15:48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른쪽) [사진=조선중앙TV 캡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의지를 내비쳐 향후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고위급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막혀 있던 남북관계에 대한 '대전환'의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신년사의 상당 부분을 남북관계에 할애 하는 등 올해 남북관계 개선 추진 의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달 29일 통일준비위원회 이름으로 제안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강한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올해 남북관계에 급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전쟁 연습이 벌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신의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고 북남관계가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며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상대방의 체제를 모독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동족을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 놀음을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해 정부가 핵과 인권문제에 관한 대북 비판을 중단할 것을 희망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장장 70년간 민족분열의 고통을 들씌워온 미국은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무분별한 침략 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대담하게 정책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야 한다"며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또 "대외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 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 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2년차인 2013년 1월 1일 처음으로 육성 신년사 발표를 한 이후 해마다 같은 방법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영상으로 미뤄 그의 이번 신년사 발표는 예년처럼 자신의 집무실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1일 박근혜 대통령은 을미년 신년사에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9일 통일준비위원회 이름으로 제안한 남북 당국간 회담 등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의 터닦기를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기조 아래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