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코스모진 정명진 대표 "요우커 맞기에 급급…콘텐츠 없인 한국관광 미래도 없다"

2015-01-02 07:53

 

코스모진 정명진 대표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까다롭기로 소문난 글로벌 리더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오?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한 것, 또 최고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매사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요.”

글로벌 그룹 CEO부터 할리우드 스타까지 소위 VVIP로 분류되는 유명인사가 우리나라를 찾을 때마다 그림자처럼 그들을 밀착 수행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 이 기업을 이끄는 여성 리더 정명진 대표(46)의 경영철학은 이 문장 하나로 모두 정리된다.

왜소하리만치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말투는 무척 강단 있었다.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로 우뚝 선 여성 CEO의 '외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VIP 의전 관광은 여전히 우리에게 생소한 분야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의전 관광 전문기업 하면 자연스레 코스모진을 떠올린다. 14년의 긴 세월 동안 VIP 의전 관광이라는 불모지를 개척해 온 정명진 대표의 피와 땀이 서린 결실이다.

◆고객의 성향을 철저히 파악하고 치밀한 준비로 고객 만족도 높인다

여행사를 처음 운영했을 당시만 해도 정명진 대표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무엇이든 최고급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그의 운영방침은 얼마 지나지 않아 180도 바뀌었다. 정작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최고급 서비스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성과 노력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최고급 서비스에 주력하던 여행사 운영 초기, 나이지리아 전 국방부 장관 내외가 코스모진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은 적이 있었다. 이 내외에게 최고의 의전 서비스를 진행하며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던 정명진 대표에게 그들은 “어제 먹었던 멸치볶음이 무척 맛이 있는데 이것을 고국으로 가져갔으면 한다”고 요청을 해왔다.

늦은 시간이었던 데다가 이들의 출국 시간이 서 너시간 남았던 터라 정 대표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공항 인근을 샅샅이 찾아 결국 문을 연 음식점을 발견했고 무작정 들어가 멸치볶음 요리를 부탁했다.

그렇게 완성된 멸치볶음과 남은 재료, 그리고 요리방법이 적힌 가방을 내외에게 전달했고 고국으로 돌아간 나이지리아 전 국방부 장관 내외는 코스모진의 서비스에 큰 감동을 했다며 손수 적은 감사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최고의 서비스를 하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죠.”

정 대표는 그 때 그 벅차올랐던 감동을 아직까지 가슴속 깊이 간직하며 고객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울리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요우커, 황금알 낳는 거위지만 이대로는 미래 어두워

정명진 대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관광객(요우커)에 대한 소신도 확고히 밝혔다.

"양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요우커는 진정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방한하는 관광객만 상대하려는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지요. 이런 태도로는 절대 관광산업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어요."

올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이 사상 최초로 1400만명을 돌파했다. 이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있었다.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인관광객은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이다. 이들은 지난해보다 40.9% 늘어난 571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연말까지는 61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를 찾는 대륙의 손님 '요우커'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면서 “대표적 관광지인 명동의 길거리는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들로 가득하고 이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플래카드에 중국어 안내판까지 익숙하게 찾아볼 수 있다. 요우커 증가로 국내 관광산업의 내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의 말대로 요우커 증가에 따른 관광산업 성장은 침체된 내수 시장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요우커 관광 시장의 미래도 이처럼 밝을 지를 묻는 질문에는 부정정인 답변을 내놓았다.

중국 국가여행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광산업 매출은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2조9500억위안(약 527조9320억원)이고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은 18% 늘어난 9820만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중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단 5%에 불과하다.

정명진 대표는 “중국 해외관광객 중 단 5%만이 방한하고 있는데도 매스컴이 연일 보도할 정도로 국내 관광산업이 들썩들썩한데 그 수를 10%, 30%로 확대할 수만 있다면 이로 인한 경제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요우커는 1인당 소비 지출이 높아 세계적으로도 신경을 쓰고 있는 관광업계의 '큰손'이다. 관광 인프라가 훌륭하고 쟁쟁한 경쟁국들도 요우커 모시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오는 손님 맞기에만 급급하다.”면서 “정책·시스템 등 관광 서비스 증진을 위한 노력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우리의 답답한 현실을 직시해본다면 그나마 잡고 있던 5%의 요우커들도 언제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특히 장기적 전략이 없는 저가 관광상품만으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한다면 결국에는 관광대국 반열에 본격적으로 오르기도 전에 외면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우리 관광산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현재의 요우커 의존증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관광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관광 콘텐츠 개발, 선진 관광 시스템 도입, 다양한 해외 마케팅 실행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관광의 모든 것=코스모진'을 떠올리는 그날을 기대한다

코스모진은 VIP 의전 관광 외에도 관광가이드 양성 아카데미를 개설.운영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명진 대표가 코스모진 관광 아카데미를 개설한 이유는 간단했다.

매년 한국을 찾는 외국인 손님들은 늘고 있는데 정작 현장에서 이들을 응대할 만한 전문인력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관광업 종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전문교육기관의 부족과 취업정보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아카데미 개설의 한 이유였다.

이 모든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야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목표다.

정명진 대표는 “작은 포부가 있다면 아카데미를 통해 수 년 동안 현장에서 쌓아왔던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많은 후배들과 나누고 그들이 관광업계 최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이를 위해 내년께는 관광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통합시스템 형태의 플랫폼을 개설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여행업계는 물론 정부와 각 부처, 관광 정보를 필요로 하는 누구나 손쉽게 관광 정보를 얻게 될 것이고 음지에 있던 관광업계 문제들도 수면 위로 드러나 더 발전된 관광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