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구룡마을 개발 전면 수용·사용방식으로…박원순 시장 한발 물러선 이유는?

2014-12-07 18:38
주거환경 악화 속 화재사고 등으로 인명 피해 속출...개발 급선무 판단한 듯

구룡마을 개발 전면 수용·사용방식으로…박원순 시장 한발 물러선 이유는?

구룡마을 위치도.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으로 무산됐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전면 수용‧사용 방식으로 이르면 연내 재개될 전망이다.

강남구가 주장했던 개발 방식대로 가닥이 잡히면서 일부 환지방식 채택을 주장해 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레 고집을 꺾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서울시와 강남구에 따르면 양측은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전면 수용‧사용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전면 수용‧사용방식의 공영 개발을 방향으로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정확한 사업 재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합의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당초 발표한대로 모든 사업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 언제 사업을 재개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구룡마을 화재현장에서 만나 내년 초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데 공감한 바 있다. 당시 박 시장은 “빠른 시간 안에 개발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강남구와 협의해서 (사업이) 진척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다음주 중 사업방식에 대해 정식으로 합의한 뒤 박 시장과 신 구청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 재개 소식을 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과 신 구청장은 전면 수용‧사용이라는 사업방식의 큰 틀에 합의했으며 세부사항에 대한 실무진간 협의만 남겨둔 상황이다.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전면 수용‧사용(현금보상)방식으로 재개될 경우 서울시가 추진해 온 일부 환지(토지보상) 방식 도입은 취소된다.

구룡마을 개발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수년째 표류한 사업이다.

2011년 서울시가 구룡마을 토지주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수용‧사용방식의 개발 방침을 발표하면서 개발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듬해 서울시가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토지로 보상하는 환지방식을 일부 도입키로 하자 강남구가 토지주들이 특혜를 볼 수 있다며 반대했다.

양측이 갈등의 장기화되면서 구룡마을은 지난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서울시가 지난 3년여간 거부했던 전면 수용‧사용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구룡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되자 서울시가 일단 개발을 재개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 한 걸음 물러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구룡마을은 지난달 9일 발생한 화재로 주민 1명이 숨지고 16개동 63가구가 전소된 바 있다.

서울시의 전면 수용‧사용방식 수용에 일부 환지방식 채택 방침을 지지했던 구룡마을 토지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임무열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장은 “25개 자치구를 거느린 서울시장이 구청장 한 명을 설득하지 못하다니 한심하다”며 “주민 이주나 사업방식에 대한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서울시가 토지주들과 어떠한 협의나 협상도 없이 화재 피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사업방식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법적인 부분을 검토해 토지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사업 재개 소식을 반기면서도 수용‧사용방식 세부 조건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개발이 빨리 진행된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된 경험이 있어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논쟁은 토지주 보상 방식을 둘러싼 환지 대 수용‧사용 구도의 싸움이었지 주민들에 대한 얘기하는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기 때문에 수용‧사용방식에 어떠한 세부 조건이 달리는지 보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자치회는 이르면 8일 화재 피해 주민에 대한 강남구의 지원 문제를 논의키로 한 대표자회의에서 개발사업 방식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구룡마을 피해 현장.[사진=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