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관치시대]금융권 관치 척결, 방법 없나

2014-12-02 17:03
금융산업 인식 부재가 원인…"주주·이사회 제 목소리 내야"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우리은행 본점[사진제공=우리은행]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논란을 두고 금융권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KB사태를 통해 '관피아' 및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전혀 개선된 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외압의 작용을 관치라고 한다면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연임 포기는 관치의 일환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KB사태라는 난리를 치른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도 "관치를 벗어나기 위해 관피아를 배제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목소리였는데 새로운 형태로 금융자유를 저해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더 퇴보된 인사체계를 시장에 심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매각 실패가 이 행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연임 포기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책임소재 대상이 적절치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분 매각 실패에 따라 이 행장을 내보내려면 공적자금위원회 위원장과 공자위 매각심사소위원장부터 사퇴해야 한다"며 "(이 행장 연임 포기 이유가) 서금회 때문이라면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치 폐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 부재를 꼽았다.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과 철학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밀어주기식 인사, 보은인사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금융을 동원해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산업에 개입하는 이유가 분명했다"며 "과거 MB정부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경우 산업정책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금융권 인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내 최고경영자(CEO) 승계프로그램이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확실한 CEO 선임·승계 프로그램이나 관행이 없어 CEO 또는 정권 교체 시마다 외풍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MB정부 당시에는 '고려대 라인'과 '4대 천왕'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서금회라는 금융실세가 만들어진 셈"이라며 "이같은 원인은 CEO 선임 또는 승계 절차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EO 승계프로그램에 대한 금융사 이사회의 의지와 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만이 관치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개과천선하길 바라는 태도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금융사 주주들이 관치인사에 대한 과정과 절차에 동의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 역시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CEO 승계프로그램을 작동하겠다는 의지로 주주들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