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즐겨라! 골프 1∼2년 하고 말것 아니잖은가”

2014-11-30 14:48
일찍 이민 가 골프·공부 두 토끼 잡아…부모, 직업 팽개치고 딸에게 ‘올 인’…다음 목표는 최연소 메이저타이틀…고대 심리학과 입학으로 김효주와 ‘동문’

 

미국LPGA투어 데뷔연도인 올해 3승을 거두며 최연소로 통산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17세인 그는 "골프는 즐기면서 해야 한다"고 어른스러운 말까지 한다.                                                          [사진=캘러웨이 제공]



‘투어 사상 최고의 상금이 주어진 날’(The biggest payday in LPGA tour history)

나흘짜리 골프대회에서 각 날에는 별칭이 있다. 첫날은 ‘오프닝 데이’이고 둘째날은 절반정도 선수를 탈락시키니 ‘커트 데이’다. 셋째날은 본격적인 우승경쟁을 하므로 ‘무빙 데이’이고, 넷째날은 상금이 지급되는 날이므로 ‘페이 데이’라고 한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고보경)는 지난 24일 미국LPGA투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면서 우승상금 50만달러와 보너스 100만달러를 한꺼번에 받았다. 한 선수가 한 대회에서 150만달러(약 16억6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한 것은 미국LPGA투어 사상 처음이다. 17세의 어린 선수가 2014시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자 외신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2014년 여자골프는 한국에 김효주(19·롯데)가 있었다면, 미국LPGA투어에서는 리디아 고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박인비(KB금융그룹), 미셸 위(나이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름을 떨쳤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했으므로 올해가 미LPGA투어 데뷔연도다. 그는 올 한해 3승을 거두며 공식상금 208만달러(약 23억원), 보너스까지 포함할 경우 308만달러(약 34억1000만원)를 손에 쥐었다. 예상을 넘은 대성공이다.

◆‘최연소’ 타이틀 행진 어디까지…

1997년4월24일 서울에서 태어난 리디아 고는 다섯살 때 골프클럽을 잡았고 여섯살 때인 2003년 부모와 함께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이민가 골프와 학업을 병행했다. 공부도 잘 했지만, 골프선수로서 리디아 고 앞에는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일찍부터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8세때 뉴질랜드 아마추어대회에 최연소로 출전했고 11세때는 뉴질랜드 아마추어 메이저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그해 한국에서 열린 전국체전에도 최연소로 참가했다. 12세때는 최연소로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13세때에는 세계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 최연소 선수로 나갔다. 14세때인 2001년 아마추어골프 세계랭킹 1위가 됐다.

2012년 2월에는 14세9개월의 나이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뉴사우스웨일즈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는 남녀 프로골프투어를 통틀어 최연소 우승기록이다. 리디아 고는 그해 8월 미국LPGA투어 캐나다오픈에서 우승하며, 미국LPGA투어 역대 최연소 챔피언으로 등록된다. 또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호주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을 비록해 터키에서 열린 세계 여자골프팀선수권대회에서 메달리스트를 차지했다.

2013년에 또한번 미LPGA투어 캐나다오픈을 제패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LPGA투어 대회를 2연패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2013년 10월 프로전향을 선언한다. 예상밖으로 빠른 프로데뷔였다. 전문가들은 그가 프로가 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로가 돼서도 그의 최연소·최초 기록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올해 미LPGA투어 스윙잉스커츠클래식,마라톤클래식,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만 18세가 안된 선수가 미L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올린 것은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그는 또 최연소로 통산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

◆“골프는 즐기면서”…다음 목표는 최연소 메이저타이틀

리디아 고는 최근 “항상 즐기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것은 긴 커리어에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17세인데도 골프에 달관한듯한 말이다.

리디아 고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내년 고려대 심리학과에 입학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골프와 대학공부를 병행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특히 그가 심리학과를 택했기 때문에 멘탈리티가 중요시되는 골프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느 한국선수들처럼 ‘조로’하지 않고, 줄리 잉스터(미국)나 로라 데이비스(영국)처럼 오랫동안 즐기면서 골프선수 생활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고려대는 재학생들인 김효주(롯데) 전인지(하이트진로) 이정민(비씨카드) 김민선(CJ오쇼핑)에 리디아 고가 가세함으로써 국내 최강의 대학 골프선수들을 보유하게 됐다.

리디아 고의 다음 목표는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모건 프레셀(미국)이 2007년 18세10개월의 나이로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이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리디아 고는 내년 5개의 메이저대회 가운데 어느 대회에서도 우승해도 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리디아 고가 연습하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의 교습가 레드베터는 “리디아 고가 내년 첫 메이저대회(ANA 인스피레이션)나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뷔연도를 성공적으로 보내고, 투어프로 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수입을 올렸으며, 대학 입학까지 한 리디아 고가 내년에도 세계 여자골프계의 중심축을 이룰지 주목된다.

◆어릴적 골프유학은 ‘명과 암’ 잘 따져야

리디아 고의 빛나는 성공을 보고 자녀들을 호주나 뉴질랜드에 유학보내려는 부모들이 있지 않을까.

두 나라로 골프유학을 가려면 성년이 될때까지 현지에서 ‘보호자’(가디언)가 필요하다. 뉴질랜드는 현지에서 법적 보호자를 지정할 수도 있으나 호주는 부모중 한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이는 가족이 5년정도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기러기 가족’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씨(53)는 한국에서 증권사에 다녔다. 뉴질랜드로 가서는 이렇다할 직업없이 딸을 뒷바라지했다. 연습은 아버지가 담당하고 대회는 어머니(현봉숙씨)가 담당하는 식이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딸에게 ‘올인’했다.

올해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 양건(21)은 중학교 1학년때 호주로 가 5년동안 머물렀다. 어머니와 남동생이 함께 갔다. 양건은 대학진학을 위해 2011년 미국으로 옮겼다. 그의 아버지 양승진씨는 아들과 8년정도 떨어져 살아야 했다. 양씨는 “가족이 전부 따라가 함께 살면서 뒷바라지를 하면 찬성하지만,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면 가족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골프유학의 이점은 한국과 달리 골프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학교수업이 끝난 후에야 골프를 할 수 있다. 이는 나중에 골프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큰 보험이 된다.

유학비용은 한국에서 골프를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호주의 경우 골프비용은 저렴하나 주거비가 많이 든다. 양씨는 “호주에는 주니어들에게 혜택을 많이 준다. 연 70만원안팎만 내면 회원제골프장을 늦은 시간에 맘껏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물가나 집값 등이 비싸다. 가족 세 명이 간 내 경우 연 1억원정도 든 것같다.”고 귀띔한다.

뉴질랜드도 큰 차이는 없다. 리디아 고의 삼촌 고재민씨는 “공립학교 등록금, 숙식비, 레슨비, 골프장 이용료 등을 합쳐 연간 6300만원정도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그는 골프유학을 권장하는 편이다. “아주 잘하는 선수는 한국에 있어도 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유학을 권하고 싶어요. 뉴질랜드나 호주에서는 골프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고 골프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많지요. 한국에서는 골프선수를 택했다가 톱랭커가 되지 못하면 어정쩡한 상태가 되지만, 유학을 가면 공부로 진로를 잡을 수 있고 일단 영어는 구사할 수 있잖아요.” 그는 안신애 김다나 이다솜 조정민 등이 뉴질랜드에서 골프유학을 하고 돌아온 케이스라고 전한다.

골프유학을 가서 성공할 확률도 따져보아야 한다. 양승진씨는 “성격이 활달하고 적응력이 높은 아이들이라면 유학을 권한다. 내성적인 아이가 말이 안통해 6개월동안 말없이 지내는 것을 봤다. 호주로 골프유학을 보내 선수로 성공할 확률은 10%미만으로 본다.”고 평가한다.

고재민씨는 더 높게 본다. 그는 “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1992년생을 보면 국내파들은 장하나 김세영 정도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뉴질랜드 유학파들은 50%가 시드를 받아 활동중이다”고 말한다.

골프 재능, 비용, 가족과의 별거, 실패할 경우의 대안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의사결정을 해야 할성싶다.


◆리디아 고의 세계 최연소·최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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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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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2012년)      남녀 프로골프투어 최연소우승(호주 NSW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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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2012년)      미국LPGA투어 최연소 우승(캐다나여자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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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2013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최연소 우승(뉴질랜드여자오픈)
                         미국LPGA투어 최연소 2연패(캐나다여자오픈)
                         아마추어로서 미국LPGA투어 최초 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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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2014년)       미국LPGA투어 최연소 신인왕
                         미국LPGA투어 최연소 5승 달성
                         미국LPGA투어 최연소로 통산상금 200만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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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KLPGA투어프로의 소속대학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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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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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김효주 전인지 이정민 김민선
연세대       백규정 장하나
성균관대    고진영 이민영
중앙대       이승현
건국대       김수현
한체대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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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는 2015년 고려대 입학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