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 국정조사, 연말정국 주도권·여야 역학구도 방향타…왜?
2014-11-25 16:49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명박(MB) 정부의 총체적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가 핵폭탄급 이슈로 부상하면서 연말정국 주도권과 여야 역학구도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등 서민증세 논란과 예산부수법안 지정, 공무원연금 개혁안,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인 이른바 누리과정 예산 지원 등 사방으로 흩어진 연말정국 이슈가 결국 사자방 국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이명박근혜 프레임’의 확정성 여부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극명히 갈릴 전망이다.
25일 여야는 100조원 혈세 논란을 부른 사자방 비리 의혹을 놓고 기 싸움을 전개하면서 ‘강(强) 대 강(强)’ 구도를 이어갔다. 사자방 국조 빅딜에 선을 그은 새누리당은 새해 예산안 법정 기한(내달 2일) 처리에 당력을 집중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예산안 처리시한 연장(내달 9일)과 사자방 국조로 ‘쌍끌이 공세’를 취했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안 시한 내 처리는 협상카드가 아닌 헌법과 국민이 명령하는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담뱃세 빅딜 의혹과 관련, “각각 신중히 논의할 사항이지, 이를 엮어서 딜 하려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원내대표회의를 열고 “여당이 여야 합의는 도외시한 채 재벌 감세의 정상화에는 눈감고, 서민증세를 밀어붙이면서 예산안의 자동부의제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이찬열 의원은 “정부여당은 사자방 국조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사자방 국조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민생 프레임을 내걸은 반면 새정치연합은 사자방 국조를 앞세워 법인세 등 중점법안 처리를 위한 ‘패키지 딜’에 나선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사자방 국조가 박근혜 정권 3년차 ‘직전’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45% 안팎의 지지율로 허니문 기간을 잘 소화한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전초전인 3년차 때 ‘격랑’ 속에 휘말리면서 역대 정권의 ‘3년차 징크스’를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MB 그림자 덫에 휩싸인 親朴…민심 향배 어디로
특히 상하이발(發) 개헌의 물꼬를 연 비박(非朴·비박근혜)인 김무성 대표를 시작으로, 친이(親李·친이명박) 소장파인 정두언 의원의 무죄 선고, 정태근 전 의원 복당 등 비박 진영의 세 결집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자방 국조 국면이 여권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정 의원은 국조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자방 국조를 전면에 내걸은 범야권의 ‘이명박근혜’ 프레임 공세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동력 약화로 이어질 경우 비박진영이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면서 대통령 힘 빼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친박과 친이가 맞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도 집권 3년차 때 ‘이명박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자방 게이트 공동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전(前)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와의 단절에 실패할 경우 최대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지점이다.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빅딜카드로 인식한 야권은 사자방 국조 성사 여부에 따라 예산안 처리시한 연장은 물론 △누리예산 교육청 부담(여당)과 교육부 예산 5000억 증액(야당) △담뱃세 인상 관련 부수법안 지정(여당)과 법인세 인상 등 재벌감세 철회(야당) △공기업 개혁(여당)과 비정규직 법안(야당) 간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펼칠 방침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사자방 국조 중 ‘사방’ 국조가 될지 ‘자방’ 국조가 될지는 모른다. 일부 카드로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민이 사자방 국조 보다는 선(先) 예산안 처리를 원할 수 있다. 야권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