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기업까지 망치는 '좀비기업'…퇴출유도 '절실'
2014-11-23 14:45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
자금난 71개 중기 퇴출절차 등 총 125개 중기 구조조정 '살생부'
자금난 71개 중기 퇴출절차 등 총 125개 중기 구조조정 '살생부'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기관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중 FTA 타결은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와는 비교 할 수 없는 제2 내수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 소비시장 규모도 지난해 4조7000억달러에서 오는 2015년 5조7000억달러·2020년 9조9000억달러로 성장을 예견하는 등 우리 중소기업들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37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산업은행도 올해 10월까지 창조금융(3조원), 중소·중견기업(22조9000억원) 등을 포함해 총 41조8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 및 창조경제 외연 확대를 위한 지원에 적극적이다.
산업부와 중기중앙회도 최근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수립하는 등 2만6000여 뿌리기업에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의 추진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국내 전체 기업의 15%를 넘어서는 등 지원과 퇴출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의 부정적 파급효과’ 보고서를 보면 국내 좀비기업 비중(자산 규모 기준)은 2010년 13.0%에서 2013년 15.6%로 2.6%포인트 늘었다. 기업 수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12.1%에서 0.6%포인트 증가했다.
좀비기업은 전기전자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비중이 높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황이 크게 악화된 건설업과 조선업 등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보고서에는 퇴출해야 할 기업이 연명하면서 정상적인 기업까지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는 게 KDI 측의 경고다. 좀비기업 퇴출이 지연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부실기업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1990년대 초 일본과 닮은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좀비기업이 증가할수록 제조업의 투자 서비스업 고용을 중심으로 정상기업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야기한다. 또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역동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좀비기업 비중을 10%만 낮춰도 정상기업에서 11만명을 고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원 기획재정부 기업환경과장은 “부실기업이 퇴출돼야 정상 기업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보고서의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며 “얼마 전 금감원에서 중소기업퇴출대상 125개 선별했다고 나왔지 않냐 그 것이 일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중소기업 1609개사를 대상으로 한 ‘정기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보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71개 중소기업이 퇴출절차를 밟는 등 총 125개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살생부에 오른 바 있다. 이는 전년대비 11.6% 증가한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512개사보다 최대 규모다.
정대희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정책의 초점이 경기 대응에 맞춰 있던 반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적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측면이 존재한다”면서 “경제 전반의 역동성 제고를 위해 금융지원 관행을 개선,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이어 “이자보조 및 만기연장 등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관련한 관행을 개선해 은행부문의 건전성을 제고하면 좀비기업에 대한 자연스러운 퇴출도 유도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수익성이 약화된 조선업 및 건설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