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금 열정에 사로잡힌 여성단체 회원들

2014-11-21 11:42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도 여성단체협의회에서 한번도 논하지 않았던 노년이 성에 대한 색다른 다큐 영화를 감상하고 이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데이드레 피쉘, 2004)’의 한 장면. 6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한껏 섹시한 차림으로 싱글 바에 가서 춤추며 파트너를 찾는 60대 여성 글로리아

△‘할머니와 란제리(베티나 오벌리, 스위스, 2006)’ 남편과 사별하고 젊었을 때의 꿈과 재능을 되살려 란제리 가게를 여는 80대 여성의 ‘반란 성공사례’를 역시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다. 자신의 열정에 따르는 여성들의 향기와 빛깔, 열매는 농도가 세다.

이 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어떤 분은 민방하고 부끄럽다, 이것은 한국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늙어가면서 점잖은 할머니로만 살아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다. 등등

강사님의 보충된 이야기 속에 한 ‘할아버지’가 한 ‘할머니’의 다정한 눈길을 뒤로 하고 지하철에 올라타면서 진행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설명해 주셨다. 헤어짐에 아쉬워 서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 시종일관 부드럽고 살가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내 눈가에 머물던 부드러운 미소와 행복의 여운은 이미 사라졌고 한 여성과 친밀한 관계를 꿈꾸던 한 특별한 남성에서 그는 노년이라고 불리는 집단의 평범한 한 사람으로 돌아와 황당한 꿈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여놓았다가 서둘러 관습의 현실로 돌아온 듯한 모습이었다. 연애하는, 그러나 연애를 숨기고픈 그들은 지금 노년이다.

노년 ‘나이 든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것, 사랑에도 자격이 있는가. 일정 연령대에 여자라면 누구나 ‘아줌마’가 되듯이 여자는 또 누구나 할머니가 된다. 연애소설을 읽고 향기 좋은 비누로 목욕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변에 많으면 좋겠다는 강사의 맺음말로 토론은 끝나지만 한번도 노년의 성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접하지 않았던 여성단체 회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 여성단체협의회에서 다양한 사업과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성들이 지위향상에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점점 더 늘어나는 기대수명에 더 두꺼워지는 노년층 여성들이 삶에 어떻게 접근해 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새로운 사업들에 반영 될 수 있도록 행정에서 적극 노력 해야겠다.

이제 다양한 노년의 성은 오늘은 사는 우리에게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문화적 다양성의 차원에서도 노년 웨이브의 전개는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이번 토론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오금자 도 여성가족정책과 여성활동지원담당(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