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대한민국] 중국 고기술 투자…우회적 기술반출 '방어책 절실'

2014-11-21 06:00
중국, 해외기업 간 인수·합병(M&A) 투자 사상최대
상업목적의 투자로 국한…방어막 점검 필요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해외기업 간 인수·합병(M&A) 투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민간기업들의 해외투자활동 증가가 상업목적의 투자로 국한돼 있어 중국 기업의 우회적 기술반출 등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막 점검도 절실한 상황이다.

20일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형태는 M&A의 투자비중이 그린필드 투자(개발 사업)비중을 역전했다. 특히 일반적인 지분투자보단 이미 설립된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인 M&A투자가 광폭행진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과 사업장을 설치하는 방식의 직접투자 형태인 개발 사업 및 M&A 사업 순투자액을 합산해 보면 지난 2003년 152억 달러에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사상 최대인 828억 달러 기록한 데 이어 2013년에는 695억 달러로 집계된다.

2003년 M&A와 개발 사업 형태의 투자비중은 각각 10.4%, 89.6%였다. 그러나 2013년을 보면 M&A와 개발 사업 형태의 투자비중은 각각 72.2%, 27.8%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 중국 M&A 순투자는 5건으로 13억 달러에 불과하나 2013년 총 228건인 37.5배가 늘어난 502억 달러 규모다.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의 M&A 행보는 광폭에 가깝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푸싱그룹의 M&A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푸싱그룹의 M&A 액션은 제조업·금융·문화산업·해외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다.

최근에는 총 4억3900만 호주달러(약 4208억원)를 들여 호주의 석유기업 지분 92.6%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M&A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 바이두(Baidu)와 알리바바(Alibaba)의 공격적 M&A 손길도 대표적인 경우다.

중국의 해외 M&A투자는 중국 산업의 발전과 그에 따른 비교우위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M&A투자가 늘수록 중국의 세계 정상을 향한 추격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추격 전략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소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급속한 질적·양적인 팽창과 공격적인 해외진출에 따라 한국도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리정부의 에너지 등 전략적 분야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소비재 등 상업적 수요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의 무분별한 투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전략이 구축돼야한다는 점이다. 또 기술보호 대책도 고민할 부분이다.

보고서에는 “최근 중국은 기술력·영업력에서 앞서있으나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는 기술집약·자본집약형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영업력을 갖추고 있으나 자본구조와 지배구조가 취약해 중국의 공격적인 인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에너지, IT, 전기·전자 및 자동차 등 고기술 분야에 대한 우회적 기술반출 가능성도 큰 만큼 관련 방어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꼬집는다.

정부도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M&A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M&A를 적극 대응하고 특히 IT와 반도체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글로벌 M&A 건의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한 정밀 심사도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공정정책의 칼날은 한계가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 인력·기술 수입 등 다양한 공격방식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 공정위는 세계 경쟁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M&A 심사 등 공조방안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통상부도 “한·중FTA 타결에 따라 상품 관련 규범 분야와 서비스 및 투자 분야, 규범 및 협력 분야로 방어권이 보장돼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기술보호 문화 확산을 위해 올해 처음 신설한 기관표창 등 ‘대-중소기업 보안역량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가동 중으로 중소 협력사와 기술보호 협력을 적극 실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