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다이빙벨’ 관객 3만6천명, 그들은 어디서 봤을까?
2014-11-19 08:55
‘다이빙벨’은 지난달 27일 개봉 5일만에 전국 19개관에서 누적 관객수 1만명을 기록했다. 11일째에는 2만명을 넘어섰다.
놀라운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서 ‘다이빙벨’을 찾기는 힘들다. 국내 최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아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CJ CGV(대표 서정)에는 한 곳도 없다. 검색해 보면 ‘결과가 없다’고 나온다.
롯데시네마(대표 차원천)와 메가박스(대표 여환주)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롯데시네마는 전라도 목포 한 곳에서 상영 중이며, 메가박스는 서울 메가박스 이수 아트나인 스크린에 ‘다이빙벨’을 걸었다.
그렇다면 3만 6600여명의 관객들은 어떻게 ‘다이빙벨’을 볼 수 있었을까?
시민들은 직접 대관을 통해 단체관람했다. 멀티플렉스 한 관을 통째로 빌려 상영을 요청하는 것이다. 또 멀티플렉스가 아닌 소위 ‘작은 영화관’들이 ‘다이빙벨’을 상영하고 나섰다. 여주 월드시네마, 양평시네마, 이천 씨네세븐, 고창 동리시네마, 전주 시네마타운, 청주 SFX시네마, 구례 자연드림시네마 등 다양성영화 전용관이 아닌 영화관들이 ‘다이빙벨’을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13일 오전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14개 영화, 예술, 시민사회 단체가 뜻을 모아 불공정행위 규탄 및 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싶어도, 노출빈도를 약하게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시장에서 배척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힘 있는 자가 시장을 장악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멀티플렉스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상영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시민들이 스스로 대관해 관람하고, 작은 영화관들을 중심으로 흥행을 이어가는 작품의 상영을 꺼린다면 대중은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다이빙벨’ 측은 멀티플렉스들이 15회에 걸쳐 시민들의 대관 신청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명량’, ‘겨울왕국’, ‘트랜스포머’ 시리즈, 돈 되는 영화들로 관객 끌어 모으기에 여념이 없는 멀티플렉스들이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