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대한민국] 전문가가 바라본 한국경제 <1>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4-11-17 06:01
한국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회복 둔화가 심화되며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기 흐름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녹록지 않았다. 저성장, 저물가, 불황형 흑자 등 3대 거시지표가 모두 경기 위축의 방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한국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칫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창간 7주년을 맞아 4인의 경제전문가에게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향후 대응방향 등 해법을 듣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제전문가 4인 패널 :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부장(가나다순)>
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경제의 변수로 경기 회복 시기의 불확실성과 중국·일본 등 대외변수를 꼽았다. 올해 한국경제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기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경제심리 위축이 가중됐다는 진단이다.
다음은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하 김창배)이 바라본 한국경제와 이를 둘러싼 대외 변동성에 대한 문제점과 진단이다.
Q: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한국경제 흐름을 총평한다면?
김창배 = 저성장, 저물가, 불황형 흑자 등 3대 거시지표가 모두 경기 위축의 방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성장률은 하반기 대외여건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으로 또다시 상고하저의 경기흐름을 보이면서 연간 3.5%의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소비자물가는 1%대로 한은 물가안정목표에 훨씬 미달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의 흑자라지만 내수부진 탓이란 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Q: 한국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일본 엔화 약세, 미국 양적완화, 중국 경제성장률 등 대외경제 변수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대외변수가 우리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김창배 = 단기적(향후 6개월)으로는 엔저의 영향이 가장 부정적이다. 일본의 제품 경쟁력과 우리와의 수출구조의 유사성을 고려해 볼 때 엔저의 충격은 우리 수출에 직접적 악재로 작용한다. 엔저 추가 5%는 우리 성장률을 약 0.3%p하락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중국성장 둔화 그리고 중국의 제조업 추격이 중첩적으로 한국 수출 및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할 것이다.
Q: 우리 경제는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어 이에 대한 구조개혁, 경제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조개혁, 경제체질개선을 위해 우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창배 = 내수와 수출의 동반 성장을 통한 확대 선순환 경제(성장→일자리→복지→성장)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은 우리 경제 내 제조업의 위상을 고려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추진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는 우리 제조업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화를 이뤄내야 한다. 특히 세계 최대의 수요처인 중국시장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 서비스산업의 수출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Q: 내년도 역시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의 부담을 무릅쓰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 시기까지 이 정책기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창배 = 원칙적으로 재정 확대 정책은 경기침체기 초반에 한해 일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만약 마중물 역할에 실패한다면 추가적인 재정확대도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 지금은 추가적인 확대정책을 지양하고 당분간 체질 개선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Q: 한중 FTA가 타결됐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고 기업들은 어떤 계획을 준비해야 할지?
김창배 = 중국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큰 시장이다. 이제는 생산공장보다는 시장에 더 초점을 맞춰 공략해야 한다. 원가경쟁에서 중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아직 경쟁력이 있는 디자인, 정보통신기술(IT)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중국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의 확대전략은 기술력 확보는 물론이고 현지 진출에도 용이하다.
Q: 최근 중국의 저성장 우려가 높다. 일본 엔화약세보다 중국 저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견해인데, 향후 중국경제를 전망한다면?
김창배 = 아직까지는 중국이 7%대의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7.4%, 내년 7.1%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하지만 성장둔화와 중국정부의 시장경제 통제 능력 약화로 소득 불평등 심화, 부동산 버블,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등 내부위험 요인이 부각될 경우 중국경제 경착륙이 현실화될 수 있다. IMF도 중국이 경제개혁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2018년에는 성장률이 지금의 절반 수준인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Q: 우리나라가 일본의 엔화 약세, 중국의 기술발전 등으로 샌드위치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대외변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김창배 = 최소한 엔저와 같은 속도로 원화 절하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율방어에 방해가 되는 무역흑자 폭을 축소해야 한다. 물론 최선의 방안은 내수활성화이며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완화 등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적정한 외환시장 개입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도 팔요하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서 연구개발, 디자인,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부품소재개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수출구조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해외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기술력 제고 및 잠재적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
Q: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내년 수출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하나?
김창배 = 엔저, 중국 성장 둔화 등 세계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우리의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 정책이 더욱 필요하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창조경제든 3개년 개혁이든 실천이 중요하다.
Q: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황제의 귀환'이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김창배 =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IMF는 10월 전망치에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0.5%p 올렸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1%로 올해 보다 높다고 봤다. 부문별로 보면 미국의 민간소비는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요한 부문인데 고용시장 및 금융시장의 개선으로 가계소득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향후 고용시장의 질적 개선을 통해 실질임금을 올리고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만들어서, 소비와 투자를 회복시킬 것이다. 또한 미국 제조업이 서비스 및 기술력과 연합해 신르네상스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분기 일본은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해 성장률이 감소(-1.8%)했다 일본은 민간소비가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데 내년 10월 2차 소비세율 인상(8%에서 10%로)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어 결국 2015년 일본 경기는 부진한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IMF도 내년 성장률을 0.8%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지속하지 않을 수 없고 엔저는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이다.
유로존에 대한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남유럽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 독일의 부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구조개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유로존 경기는 재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 재정위기에 이어 다시 재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확대에 찬성하고 재정확대를 할 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