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폐암 유형 1위 ‘선암’ 재발 유전자 발견
2014-11-13 11:39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국내 폐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 유형인 폐선암의 재발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처음으로 밝혀져 폐암 재발 예방의 단초를 찾는 데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장세진(병리과)·김형렬(흉부외과) 교수, 한양대학교 의대 공구 교수, 서울대 자연과학대 백대현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근치적 폐절제술을 받은 폐선암 환자 247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RB 유전자 돌연변이가 수술 후 조기 폐암의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률도 높기 때문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 5명 중 1명이 폐암 환자일 정도로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 특히 폐의 선(腺)세포에 생기는 선암의 발병률이 꾸준히 늘어나 폐선암은 국내 폐암 환자 중 40% 가까이를 차지하며 가장 흔한 폐암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폐선암의 경우 최상의 치료는 수술로 알려져 있지만 1기라 할지라도 10∼20%는 수술 후 재발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폐선암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특정 바이오마커 특히 유전자마커는 밝혀진 바 없어, 이번 발견으로 폐선암 재발 예측과 표적 약물치료 등 폐선암의 맞춤형 치료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폐선암 1기 157명, 2기 44명, 3기 40명, 4기 6명 등 총 247명 환자에서 얻은 각각의 폐암 조직과 정상 폐 조직을 대상으로 차세대 유전체 검사법인 전체 엑솜 염기서열 분석법(Whole Exome Sequencing, WES)을 이용해 유전체 모두를 동시에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폐선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 중 환자의 임상병리학적 정보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이는 유전자 변이 22개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중 16개는 새롭게 발견한 변이였다.
특히 조기 폐선암 환자군(1 · 2기)에서 5년 재발률을 비교했을 때, RB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 환자군(전체 환자군의 5.9%)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수술 후 재발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RB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재발 없이 지낼 확률은 20%로 RB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돼, RB 유전자 변이가 조기 폐선암 수술 후 환자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RB 유전자의 변이는 망막아세포종, 난소 상피암, 신경내분비암종 등 다른 암종에서 중요한 유전자로 알려져 왔지만, 재발률과 생존률 등 환자의 임상 정보와 연관성을 보이거나 유전체 분석법을 이용해 폐암의 유전자 돌연변이 후보군으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장세진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총 247개의 폐선암종 유전체와 정상유전체를 함께 분석한 이번 연구는 폐암 유전체 단일연구로는 최대 규모며 유전체 연구 결과의 임상적 응용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RB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견으로 조기 폐암의 근치적 절제술 후 재발 고위험군의 분류·선별이 가능해져 적극적 치료 및 재발 예방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돼 미래부가 지원한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미국 암연구학회(AACR)가 발간하는 '임상암연구' 최신호를 통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