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고려대 어학특기자 전형 개선 기준 모두 위반”

2014-11-11 11:37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연세대, 고려대가 어학특기자 전형 개선 기준을 모두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에 따른 정부의 대입전형 관련 원칙을 대학들이 얼마나 준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 15개 주요 대학들의 2016년 시행계획을 통해 어학 특기자 전형 실태를 조사 분석한 결과, 3대 기준을 모두 위반한 대학이 고려대·연세대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대학 입시 수시 전형에서 어학 특기자 전형은 어학 분야에 대한 특기자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전공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선발한다거나 외국어 교과 필수 이수 단위를 지원자격으로 명시해 외고생 선발 목적으로 악용하고 공인어학성적 관련 사교육 시장을 부풀리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

교육부는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에서 특기자 전형 모집규모 축소 및 학과 특성상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운영, 교과 중심의 문제풀이식 면접고사를 지양하고 학생부를 최대한 활용할 것 등을 권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어학 특기자 전형 모집 인원을 2015학년도에 비해 축소했는지, 모집 단위별 특성에 따라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했는지, 사교육 부담 축소를 위해 전형요소 중 공인어학성적과 외국어 에세이 및  외국어 면접 등을 억제했는지 등의 원칙에 따라 실태를 조사했다.

어학특기자 관련 3대 기준에 따라 2016년 시행계획(최종 모집요강은 발표되지 않았음)을 통해 서울 15개 주요 대학의 어학 특기자 전형 실태를 확인한 결과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위반한 대학들이 고려대·연세대 2개 대학으로, 15개 주요 대학 가운데 건국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중앙대·홍익대 등 6개 대학은 특기자 전형을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학년도에 서울 15개 대학 중 9개 대학이 어학 특기자 전형 운영 계획을 밝힌 가운데 2015학년도 어학 특기자 전형을 유지했던 건국대·중앙대가 2016학년도 어학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고 2015학년도 어학 특기자 전형을 폐지했던 경희대가 2016학년도 어학 특기자 전형을 부활해 2016학년도 어학 특기자 전형 운영 대학은 9개, 어학 특기자 선발인원은 총 1354명이었다.

경희대는 2015학년도에 폐지했던 어학 특기자 전형을 오히려 부활시켰고 연세대·고려대는 2015학년도에 비해 어학 특기자 선발 인원을 늘려(연세대 40명, 고려대 10명) 교육부의 어학 특기자 전형 축소 방침에 위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어학 특기자 선발 인원은 연세대 434명, 고려대 290명으로 연세대와 고려대가 2016학년도에 가장 많은 어학 특기자를 선발하고 있었다.

2016학년도 시행 계획에서 고려대는 어문계열뿐 아니라 경영대학, 정경대학(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통계학과, 행정학과), 미디어학부 등 인문계열의 광범위한 전공에서 어학 특기자를 모집하고 있고 숙명여대는 역사문화학과, 문화관광학부, 홍보광고학과, 법학부, 경영학부 등의 인문계열은 물론 멀티미디어과학과, 의류학과, 식품영양학과 등 자연계열, 시각·영상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등 예체능 계열에 걸쳐 거의 대부분의 전공에서 어학 특기자를 모집하고 있다.

연세대는 어학 특기자를 모집하는 학과를 ‘언더우드 국제대학’이라 이름 붙였지만 이 대학에는 테크노아트학부, 융합사회과학부, 융합과학공학부 등이 소속돼 있어 사실상 문·이과를 아우르는 학과에서 어학 특기자를 모집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언더우드 국제대학의 커리큘럼은 기초과학, 유기화학, 생화학, 유전학(생명과학 및 생명공학 전공), 정치이론, 비교 정치, 국제 관계(정치학 및 국제 관계 전공) 등을 배우고 있어 학과 특성을 살펴볼 때 어학 특기자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모집단위별 특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특기자 전형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학 특기자 전형이라도 학교교육에서 준비하기 어렵거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요소를 반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공인어학성적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학은 9개 대학 중 4곳에 불과했고 공인어학성적을 지원자격으로 명시적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2곳이었다.

숙명여대는 공인어학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2015학년도와는 다르게 2016학년에는 오히려 1단계 전형에 공인어학성적을 30% 반영한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2015학년도에 이어 2016학년도에도 특정한 공인어학성적 기준 점수를 지원 자격으로 제시하고 토플(IBT) 요구 점수는 100점으로 서울대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의 석박사과정 토플 기준인 99점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외국어 에세이를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대학은 동국대·한양대 2곳, 외국어 면접을 진행하는 대학은 동국대 1곳으로 영어 에세이나 영어 면접 등의 대학별고사 역시 현재 공교육으로는 대비가 어려우며 학생들에게 전형 준비의 부담을 주는 것으로 지양해야 한다고 사교육걱정은 지적했다.

2015학년도에 비해 어학 특기자 전형을 폐지한 건국대와 중앙대, 공인어학성적 지원자격을 폐지하고 전형요소를 서류와 면접평가로 변경한 한국외대 등 2015학년도에 비해 개선된 학교가 있지만 어학 특기자 선발 인원이 오히려 증가한 경희대·고려대·연세대, 어문계열과 무관한 학과에서 어학특기자를 선발하는 고려대·숙명여대·연세대, 공인어학성적을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동국대·숙명여대 등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들이 여전히 있었다고 사교육걱정은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해당 대학들이 어학 특기자 전형 모집 인원 축소, 관련 학과의 제한적 운영, 공인어학성적·영어 에세이·영어면접 반영 금지 방향으로 2016학년도 어학 특기자 전형을 개선해야 하고,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이 2016학년도 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모집요강으로 확정하기 이전에 어학 특기자 전형을 개선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2017학년도에는 특기자 전형을 모두 폐지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전환해 관련 영역에서 탁월한 특기가 있다면 학생부를 통해 대입 전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가 2개 대학 중 시정하지 않은 대학들에 대해서는 올해 공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심사 과정에서 재정 지원 중단의 불이익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