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외국인 수출주 재매수 나설까

2014-11-09 06:06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환율이 문제다. 외국인이 10월 이후에만 2조4000억원어치에 맞먹는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를 4% 가까이 떨어뜨렸다. 현대차처럼 엔화 약세로 위기에 몰린 수출주가 타깃이다.

원화가치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원화표시 자산은 당분간 외국인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원화나 엔화 가치가 안정화되는 시점까지는 외국인이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이번주에도 코스피가 1950선을 밑돌며 박스권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7일까지 한 주 내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우위를 이어가며 약 33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10월 이후 1개월 남짓 만에 누적 순매도액도 2조37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중도 같은 기간 45.15%에서 44.37%로 줄었다.

외국인은 엔저로 채산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우리 수출주를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하반기 들어 7일까지 1011.80원에서 1093.55원으로 8.08%(81.75원) 상승했다. 이에 비해 엔ㆍ달러 환율이 같은 기간 13% 넘게 뛰면서 엔저가 더 빠르게 진행됐다.

정부가 6일 원ㆍ엔 동조화를 언급하면서 수출주가 원화약세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반등했으나 외국인 매도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대차 주가만 7일까지 2거래일 만에 7% 넘게 올랐지만 외국인은 매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달러 강세로 외국인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도 예상을 뛰어넘는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어 달러 강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외국인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수급 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화가치 하락은 중장기적으로 수출주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 여겨진다. 오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이달 아니면 12월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쳐진다"며 "일본 노무라증권은 현재 2.00%인 기준금리를 1.75%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최근 외환시장이 투기적인 요인으로 요동치고 있는 면도 있어 환율 흐름이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에 급등했지만 1100원대 위에서 오래 머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1055~1060원선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엔저가 주춤해지면 우리 수출주도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지표 발표도 주목해야 할 이벤트다. 이번주에 나올 10월 미국 소매판매지수에 대해 미 블룸버그는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미국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경기지표를 개선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