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무역 위주 탓 대중 수출(對中) 악화…소비재 수출 확대해야
2014-11-06 16:37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부진한 원인으로 중국이 중간재와 자본재를 생산하는 능력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대중 수출 절반 이상이 반제품과 자본재에 집중된 가공무역 형태인 한국의 구조적 문제로 향후 소비재 수출 비중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중 수출 품목을 가공단계별로 살펴볼 때 중간재에 속하는 '반제품'의 수출액은 335억달러(한화 약 35조3000억원), 최종재에 포함되는 '자본재'의 수출액은 225억달러(한화 약 23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반제품이란 완제품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공정 중 일부 공정만 끝마친 제품을 말하고 자본재는 다른 제품 생산에 주로 활용되는 완제품으로 평판디스플레이·반도체 등이 대표적 대중 수출 자본재 품목에 속한다.
이들 품목의 감소세를 살펴보면 자본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로 대폭 줄었고 반제품 역시 2.1% 감소했다.
문제는 반제품과 자본재가 대중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들 품목의 수출감소는 한국의 전체 대중 수출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반제품과 자본재가 한국의 전체 대중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1.6%, 21.2%로 이들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 53%에 달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1∼9월 누적 수출 증가세는 2.9%에 그쳐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약하다"며 "반제품과 자본재의 수출 부진이 최근 한국의 대중 수출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제품과 자본재의 수출이 부진한 원인은 중국이 자체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한국에서 이를 수입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데 있다.
실제로 중국이 대형 장치산업에서 생산 자급률을 키우면서 올해 1∼9월 대중 평판디스플레이·센서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나 급감했다.
허 수석연구원은 "주요 중간재 제품에 대한 중국의 자체 생산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한국은 첨단 부품·소재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수석연구원은 이어 "유럽의 경우 명품의 대중 수출로 소비재 수출 비중이 큰 편"이라며 "한국도 고급 소비재 산업을 육성, 현재 3.4%에 그치는 소비재 수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